기금 낸 기업 임원 소환 뒤
朴독대한 총수들 전원 조사
안종범 “VIP 세세하게 지시”
정황 증거 나올땐 책임 커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 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 전원을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업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흘째 주요 기업 임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은 대부분 강요에 의해 기금을 출연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대가성과 관련한 검찰의 물증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대기업 총수 전원을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조사 시점과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7명의 대기업 총수와 박 대통령 간 독대가 이뤄진 경위와 대화 내용에 대한 수사가 박 대통령이 두 재단 기금 조성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판단하는 필수 과정으로 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먼저 독대를 요구하고 그 자리에서 개별 기업의 ‘민원’을 들은 뒤 두 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요구했다면 뇌물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는 관측이 많다. 만약 ‘민원’ 등 대가성이 없었더라도 박 대통령이 직접 기금 출연을 ‘강요’ 혹은 ‘종용’해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총수 소환에 앞서 실제 기금 출연에 관여한 기업 임원들에 대한 소환을 이어갔다. 삼성, 현대차, LG, SK, CJ, 한화, 한진 임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날도 금호아시아나 소모 사장, 포스코 최모 부사장, 부영 김모 사장, LS 안모 전무 등 4명도 검찰 청사로 불렀다. 기업 관계자들은 청와대 등의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인정할 경우 뇌물공여가 성립돼 기업에 대한 처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가성은 검찰이 구체적인 물증이나 증언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다음 주초 박 대통령 직접 조사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8일로 예상되는 최순실(60) 씨에 대한 기소 시점 전 대기업 총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시화되며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의 모금과 관련해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게서 어느 선까지 보고받았는지, 어떤 수준의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박 대통령이 (모금 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까지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은 더 무거워질 수도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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