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그리고 무역적자를 내는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다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고 한국은 핵무장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고 보호무역 질서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핵 무장에 대해서는 그도 입장을 많이 바꿨고, 미국에도 손해가 가는 보호무역주의를 어디까지 추진할지 궁금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향후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대할 것인가? 우리 외교는 조선 오백 년 간은 중국, 제2차 대전까지는 일본, 6·25동란 이후에는 미국에 의지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세상은 달라졌다. 우리가 커졌고, 주변 사정은 다변화했다. 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는지도 중요하지만, 이제 우리만의 철학과 전략을 가져야 외교를 제대로 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에 긴요하다. 동맹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동맹은 상호 이익을 기초로 한다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주둔 비용도 상호 이익에 따라 분담해야 한다는 전략이 선다. 곧 구성될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우리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거절해야 한다. 이런 입장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미 FTA도 같은 입장에서 대처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철학과 전략은 자유무역에 기초한다. 미국이 굳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고 보호무역으로 가겠다고 하면, 어렵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및 유럽 등 자유무역을 원하는 나라는 많다. 이들과 협력하면서 미국을 자유무역 체제 속에 오래 남아 있게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핵(北核)을 중국의 힘을 이용해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데는 좋은 방안이지만, 중국의 대북 철학과 전략이 달라 어디까지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그러한 트럼프 전략에 매달릴 수는 없다. 북한에 대해선 반드시 압력과 대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철학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중국과 미국이 대화를 모색한다면 우리가 제외돼선 안 된다.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도 철학과 전략이 필요하다. 불참·기권·찬성 등 오락가락할 일이 아니다.
중국과의 문제에 있어서는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을 반드시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켜야 한다. 사드 문제는 남북 문제이면서도 미·중 문제로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현 정책은 미·중 문제는 없고 남북 문제인 것처럼 보려 한다. 북핵의 시급성을 고려하더라도 외교적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미국도 한·일 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다. 아베 신조 총리 등은 가해자인 일본을 피해자로 채색하고 싶어 한다. 그런 아베의 일본과 우리가 과거사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아베와 군대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不可逆的)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최근의 교섭은 문제가 있다. 한·일 관계는 해결이 아니라,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한·일 관계의 긍정적인 면을 살릴 수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미국을 대해야 한다.
중요한 문제에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것은 외교를 허약하게 한다. 우리도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철학과 전략에 입각한 정체성을 가지고 외교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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