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 김창준 지음, 김원식 엮음 / 라온북 …
“설계·건축가와 협력법 배워”
사업 통해 배운 것 정치 적용
균형잡기·인재사용법도 알아
외교서 손익관계 분명히 할것
정치인만 좋은 현실정치 환멸
트럼프 돌풍의 교훈 되새겨야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전 세계가 뒤늦게 대비한다고 야단법석일 것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단번에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의회 인준 없이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당장 세상이 바뀔 것처럼 위기의식을 느끼지는 않아도 된다.”
미국 대선 초기부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달 출간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한국 언론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 언론은 클린턴이 되면 한·미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지하고 트럼프가 되면 큰 손해를 보는 줄 안다. 잘 생각해야 한다. 국제관계는 냉철하다.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 필요가 있는가. 일본은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한다. 전략이다. 감정이 있더라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한다.” 그의 전망이 현실이 된 상황은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트럼프 다시 보기’를 요구한다. 트럼프는 미국 유권자의 마음을 왜, 어떻게 사로잡았는가. 막말, 기행, 여성·인종 비하, 포퓰리즘 등과 한 묶음인 기존 평가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김 전 의원의 이 책과 트럼프가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내놓은 ‘불구가 된 미국’을 권한다.
‘불구가 된 미국’은 트럼프가 이민, 외교, 교육, 에너지, 의료보험, 언론, 세법 등 17가지 이슈에 대한 정치적 원칙과 정책·실천 방향을 밝힌 책이다. 이미 알려졌듯이 책에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멕시코 국경 이민장벽 설치 등을 주장하고 이라크전과 이란 핵 협상을 비판한다. 단순한 세제 개혁과 거대한 인프라 사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등의 정책 제안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하나하나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포함한 모든 정책을 추진하는 그의 원칙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책 곳곳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현실주의자다. 나의 정치는 희망의 정치가 아니라 현실의 정치다. 나는 정치적 공공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가 주장하는 ‘현실주의’는 그가 트럼프 왕국을 건설하며 익힌 전략, 실행 방법 등의 총합이다. 가치·윤리의 정치가 아니라 이익을 남기는 거래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사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현실 정치인들의 능력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신한다. “유세장에서 거창한 말만 늘어놓다가 막상 자리에 오르면 형편없는 패자처럼 행동하는 정치인, 고객을 대신해 우리 돈을 훔쳐가는 로비스트와 이익단체들,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시급한 국내 문제 심지어 예산안 통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 못하는 의회, 워싱턴 기득권 무리가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사업에서 배운 까다로운 균형 잡기, 협력하는 법, 최고 인재를 쓰는 법, 세부 사안을 정확하게 익히는 법을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겠다고 했다. “건축사업 하나를 하려해도 기업계, 금융계, 지자체를 한데 모을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훌륭한 건축가 및 설계자와 협력하는 법을 배웠다. 또 노조 및 협회를 상대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모든 세부사항을 중시한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경험을 가졌지만 상식이나 현실적 경험은 분명 갖추지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언론에 비치는 부정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뉴욕타임스 1면 톱 광고를 사는 것보다 논란을 일으켜 뉴욕타임스 톱기사에 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종잡을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선 사업을 할 때 자기 패를 절대 보여주지 않고 상대가 나를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전문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신은 사업을 시작할 땐 몰라도 사업을 마무리할 땐 그 누구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냈다며 이란 핵 협상의 구체적 내용도 모르고 사인만 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고 했다. 외교정책에 적용해 보자면 실용적 관점에서 미국이 쥔 패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각국 정부를 협상장으로 끌어들여 최고의 거래로, 최대의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거래의 목표는 ‘우리나라, 우리 국민, 우리 법이 최우선’이다. 미국의 승리,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이 같은 트럼프의 사업가적 현실성과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주목한다. “미국 우선주의라고 해서 트럼프가 모든 국제관계에서 발을 빼자고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어찌 보면 외교관계에서 손익계산을 보다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든 미사일을 발사하든 보고만 있었지만 트럼프는 전혀 다를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보다 수백 배의 압박을 할 수 있다”며 오히려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트럼프 개인 의견은 둘째로 치더라도 공화당 소속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당론과 반하는 정책을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돈을 더 내놓으라는 말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 본질을 보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의원은 트럼프 돌풍은 현실 정치에 대한 환멸, 정치는 정치인들끼리만 좋자고 하는 것이지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는 밑으로부터의 반발이 만든 것이라며 정치인은 이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정치는 트럼프 돌풍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교훈을 새기지 못했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이미 그 환멸 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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