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이스라엘 / 아리 샤비트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책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과 냉철한 분석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897년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자는 ‘시온주의(Zionism)’ 태동 이후, 1948년 건국을 거쳐 2015년 미국과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정세가 안정되기까지 지난 110여 년간 ‘중동의 화약고’였다. 약 4000년 전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는 이스라엘의 숭고한 노력은 미사일로 무장한 아랍 세계에 의해 늘 위협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슬람을 테러리스트로 동일시하는, 유대인과는 뿌리를 같이하는 미국과 서유럽의 시각이었다.

책은 이를 과감히 뒤엎고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정당화됐던 시온주의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메스를 가한다. 냉정하고 철저한 자기 성찰이다. 그것도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에서 나온 반성이다. 영국계 유대인 3세인 저자는 이스라엘의 저명한 저널리스트다. 여느 유대인처럼 조국을 위해 군 복무를 했고, 종교적 신념을 지키며 생활했다.

그런 그가 이스라엘의 모순과 이중성에 눈떴다. 유대인은 역사상 가장 오래 핍박받은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점령과 식민주의로 아랍인을 내쫓은 가해자다. 평화로운 시온주의에 따라 처음엔 토착민과의 공존을 모색했으나 생존을 위한 폭력을 가하면서 시온주의의 한계에 봉착했다. 이는 결국 길고 긴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이어졌고 ‘피가 피를 부르는 구조’는 아직도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이쯤에서 저자는 세 가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왜 이스라엘인가, 무엇이 이스라엘인가, 그리고 이스라엘은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책은 매우 개인적이지만 진실하고 신뢰할 만한 이스라엘의 역사 이야기다.

저자는 19세기 말 시온주의 순례자들과 함께 증기선을 타고 고대 이스라엘 야파 항구에 발을 디딘 그의 증조부 이야기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역사를 중립적인 시각에서 서술한다. 조국을 집어삼킨 역사적 드라마에 당황한 개인의 ‘오디세이’이지만 심층 인터뷰, 역사 문헌, 일기와 편지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전체 역사의 파노라마를 상세히 묘사한다.

존재론적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에 대한 지극히 사실적인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국제정치에서 이스라엘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해답의 실마리를 전해주고 있다. 이는 분단국가인 우리로서도 한 번쯤 살펴봐야 할 내용이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파악할 수도 없는 서사 영화에 출연한 오합지졸”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성서의 땅이라는 영화 촬영장에 있고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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