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의 80% 이상은 실생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내가 가장 불안을 느끼는 곳은 놀이동산. 롤러코스터는 언감생심, 대관람차를 타면서 ‘혹시 볼트가 하나라도 빠지면 어떡하지’라는 초조한 마음에 주변 풍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국내·국외 가릴 것 없는 요즘 같은 예측불허의 세상은 걱정과 염려, 불안을 더 증폭시킨다.
‘몽키 마인드’의 저자 대니얼 스미스는 특별히 걱정하거나 불안할 일이 없는데도 인간의 마음이 “쉬지 않고 나무 사이를 타고 다니는 원숭이”와 같기 때문에 불안감에 사로잡힌다고 주장한다. 불교 가르침에 나온 ‘원숭이 마음’(monkey mind)이 작동하면 사람들은 “의식의 구성요소들이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고 이쪽저쪽으로 튀어오를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공중제비를 돌고 뛰어내리며, 벽에 똥오줌을 내갈기고 덩굴 위 원숭이처럼 느슨해진 신경 세포에서 그네를 타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남들보다 불안을 더 느끼는 사람이 이성적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불안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더 냉철하고 분석적이라고 주장한다. 대공황 시기에 건설된 다리를 건너다니느니 자살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 어떤 여성의 불안장애는, 녹슨 볼트 하나 때문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다니는 다리를, 그 여성은 뛰어난 관찰력과 집중력으로 살펴본 것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갖가지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다리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국내외에서 얼마나 많이 듣고 사는가. 모르는 게 약인데,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일종의 정신질환을 갖게 된 셈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 차 쉬지 않고 나무 사이를 타는 원숭이같이 걱정으로 가득한 ‘몽키 마인드’가 된다.
현대인의 불안은 선택의 순간에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결정장애’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선택하지 않은(혹은 못한) 것이 줄 수도 있는 알 수 없는 유익과 혜택이 눈에 밟힐 때가 많다. 4달러밖에 안 되는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바비큐 소스를 곁들일까, 케첩을 뿌려먹을까 결정하지 못해 극심한 불안을 경험했다는 저자는, 불안의 한 원인으로 “불안이 갖는 새로운 가능성과 선택이라는 혜택”을 지목한다. 한 가지 소스를 선택하지 못한 저자는 결국 바비큐 소스와 케첩을 반반씩 뿌려 먹고는 이렇게 말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선택이든 삶을 향상시키거나 재앙으로 만들 수 있다.”
불안이 초래한 선택이 재앙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선택이라는 혜택”을 통해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삶의 단초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안이 많을수록 위대한 사람”이라는 키르케고르의 말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지만, 불안은 선택을 낳고, 선택은 삶의 주도권을 찾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결국 불안과의 동거는 필연적이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주된 생각이다.
하지만 불안이 역공포(counter-phobic)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다양한 선택을 통해 불안감을 이겨낼 수는 있지만, 불안한 마음이 없는 상태를 오히려 불안하게 여기면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상황을 향해” 마음을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종교인들과 예술가들이 “두려움과 황홀경의 생산적인 동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데, 특히 예술가들은 무대에 오르면서 불안으로 자신을 끝없이 내몰 때가 많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도 이런 경향이 종종 있는데, 걱정이 낳은 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경험,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10대 시절부터 불안을 경험했고 지금도 심각한 불안장애를 앓고 있어 스스로를 “불안의 화신”이라고 고백할 정도지만, 저자는 요즘 말로 ‘쿨’한 처방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일단 누구나 아는 대답, 불안과 직면하는 것이다. 직면해야 피할 것인지 혹은 돌파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그 결정도 불안감을 유발할 테지만 직면해야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책임감도 불안을 이겨내는 한 방편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는 책임감을 붕괴에 대비한 방어벽으로 삼았다. 꼭 결혼과 출산일 필요는 없다. 방어벽은 저마다의 것으로 만들면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마음 한편에 적어놓는 것이다. 불안하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모든 인간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