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는 서리를 맞지 않으면 향기도 나지 않고, 모과차로도 쓸 수 없어요. 성급하면 자연이 노해요”라며 캐디가 자연의 법칙까지 알려주더랍니다. 그래도 살짝 모과를 하나 가져 왔는데 진짜 향기가 나지 않아서 냉장고에 넣어 놨더니 그냥 시들더랍니다.
우린 그동안 서리를 안 좋은 일이나, 남에게 좋지 않게 말할 때 먼저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절망인 서리도 다 자기 역할이 있다는 것을 골프장 자연에서 알았습니다. 클럽하우스 옆에 노랗게 피어 있는 국화도 서리를 맞아야 더 향기를 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서리를 맞아야 모과도 향기도 그 격이 높아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남해 바닷가 울타리에 열린 탱자도, 유자도, 홍시도 서리를 맞아야 향이 좋아진답니다. 부사 사과도 서리를 맞아야 가장 뛰어난 맛이 난답니다. 그 추운 겨울밤에 호로록거리며 마실 수 있는 모과차의 그 진한 향기는 서리를 맞고서 내는 진정한 아름다움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필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된서리가 내리면 모든 사물과 삶이 끝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서리를 통해서 진정한 향기와 삶이 배어난다는 것에 겸허함까지 배우게 됩니다.
괴테는 “어려운 날들이 우리를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고난의 시대에 태어난 것은 천재에게는 행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서리를 맞고 제 향기를 내는 모과, 홍시, 유자, 국화, 사과(부사) 등은 특별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늦가을 새벽 라운드에서 만난 서리가 진정한 향기와 삶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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