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前代未聞)의 ‘최순실 국정농단(壟斷) 사건’으로 대혼란에 빠져 있던 사이, 우려했던 최대 외교·안보·경제 현안 중의 하나인 미국 대선 결과가 현실로 다가왔다.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 당선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예상을 깬 트럼프의 압승은 대미(對美)의존적 구조가 절대적인 한국 사회에 메가톤급의 충격을 주고 있다. 당장 주가 급락·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동요 현상이 나타났다. 생산, 소비, 투자가 급랭하고 실업률은 치솟아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내우외환(內憂外患)이란 표현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등장은 1948년 건국 이래 지속해온 양국 간 외교·안보 현안은 물론, 경제·통상에 초유의 지각변동을 부를 가능성에 한층 무게를 싣고 있다.
경제부터 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 및 중국 수입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점을 떠올리면 보호무역 조치는 심하게 말하면 극단으로 치닫고 한층 강화될 게 분명하다. 통상정책이 매우 공세적으로 바뀌면서 반덤핑, 상계관세 같은 무역제한 조치 역시 심화할 수 있다.
시장 개방 압력 요구도 거세질 게 분명하다. 수출이 마이너스 늪에 빠지고 중국, 인도 등 제조 신흥강국의 약진, 주력 제조업의 낙후한 경쟁력 노출이란 구조적 문제점에 봉착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이다. 자동차, 석유제품, 반도체, 조선, 철강, 모바일 등 주력산업의 대미 수출은 높은 파고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 대선 결과에 망연자실해 있을 순 없다. 우선은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대응반을 꾸려 최근의 경제 상황까지 종합해 미 대선 결과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정밀한 대응체제 및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선 유세가 충격적·파격적이었지만 의회, 기업, 사회 제반세력과의 균형, 견제하에 미국의 정책이 수립되는 구조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및 에너지 개발 투자, 안전자산 선호로 인한 엔고 등은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는 조언도 곱씹을 만하다.
통상의 경우 자유무역주의로 미국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에 대응할 논리를 개발하는 한편, 자동차, 모바일, 철강 등에 집중될 수 있는 마찰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한 기업들과의 정보 공유 노력도 기울이는 한편, 미국 거시경제 환경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 자본시장의 급변동에 대한 위험 관리에 신경 써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미군 철수,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같은 한반도 안보에 중대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한 전략 수립은 핵심 과제다. 이는 다시 역(逆)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에 따른 자본 유출을 일으켜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쓰나미를 부를 수 있다. 정국은 혼미하고 공백 상태인데 외치(外治)까지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무너진 방파제를 어떻게든 복구해야 하는 마지막 ‘골든타임’의 초침은 쉴새 없이 흘러가고 있다.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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