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세 지속
통화정책 새 국면 맞나
한국은행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현실화한 ‘트럼프 리스크(위험)’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의 확장적 재정정책 공약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한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으로 미 금리 인상 흐름을 따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금리를 쉽게 내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연 1.25%인 현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5개월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결정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가계부채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트럼프 리스크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일단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이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 등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하려면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재정을 많이 풀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뀔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현재 상황에서는 예단하기 쉽지 않은 환율의 방향을 보면서 우리도 금리 인상의 시점을 결정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가계부채 리스크가 매우 커진 상황에서 우리가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은 한은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0%대 ‘제로 금리’를 통해서라도 과감하게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경제경착륙 신호가 나타난다면 외부 변수와 관계없이 금리 인하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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