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나의 대통령 아니다”
워싱턴·뉴욕서도 수천명 시위
히잡女 공격 反무슬림 범죄도


지난 8일 미 대선에서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가 수도 워싱턴과 트럼프가 거주하는 뉴욕으로 번지고 있다. 대선 다음 날인 9일부터 보스턴, 캘리포니아 버클리 등 동서부 주요 도시에서 대학생 등이 주축이 돼 벌어진 시위가 미국의 정치·경제 핵심 지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10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뉴욕 중심부 맨해튼에서 개최된 시위에는 수천 명이 참가했다. 시위는 대규모 충돌 없이 평화롭게 끝났지만 시위 참가자 중 6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NBC가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 맨해튼의 주요 장소에서 모인 뒤 트럼프가 사는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와 트럼프 가족이 경영하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트럼프가 미국을 증오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구호를 외치거나, 이런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정권 인수·인계를 처음 논의한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100여 명의 시위대가 백악관 앞에서 최근 개장한 인근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까지 행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뉴욕과 워싱턴을 비롯해 10개 도시에서 벌어진 트럼프 반대 시위에 수천 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이나 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날 오전 수업에 가지 않은 1000명 이상의 학생이 거리로 몰려나왔고, 텍사스 주 산마르코스의 텍사스주립대 학생 수백 명도 시위를 벌였다.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고속도로를 점거하거나, 점거를 시도하다 20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정보기술(IT) 업계 거점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설 미국 연방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캘렉시트(Calexit)’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반(反)트럼프 시위’가 확산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내 무슬림 혐오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NBC에 따르면 이번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슬람 전통 복장 중 하나인 ‘히잡’을 쓴 여성이 남성들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경찰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샌디에이고주립대(SDSU) 캠퍼스에서는 남성 2명이 무슬림 여성을 위협하고 지갑·자동차 열쇠를 빼앗아 달아났다는 사건보고가 있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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