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와 백악관 첫 회동

겉으론 화합 모습 연출했지만
15분 예정이 1시간30분으로
정책 계승 싸고 충돌 가능성

TPP·이민개혁·기후변화…
트럼프, 대부분 이슈서 반대
인수과정 줄줄이 뒤집힐수도


지난 8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면담, 미국 신·구 행정부 간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본격 개시됐다. 회동은 트럼프 당선자가 본인을 “대통령 자질이 부족하다”고 수차례 밝혔던 오바마 대통령을 “좋은 사람”이라고 칭하면서 예상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몇몇 어려운 일을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내년 1월 취임 뒤 ‘오바마 레거시(업적)’ 뒤집기도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와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의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정권 인수·인계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8일 당선 뒤 선거승리 연설 이후 첫 공식 행보로, 당초 15분 정도 예정됐던 회동은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회동 뒤 “원래 15분 정도 만날 수도 있었지만 1시간 30분이나 만났고,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은 대단한 영광이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대통령을 만날 것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는 정적인 오바마 대통령을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치켜세우면서 화합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해야 미국이 성공한다”고 화답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2개월간 가장 중요한 일은 당선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정권이행 업무를 촉진하는 것”이라면서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함께 협력해 우리가 직면한 많은 도전을 다루는 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 발언에는 미묘한 갈등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었다. 트럼프 당선자가 “몇몇 어려운 일과 그간 이룩한 위대한 일들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일부에서는 ‘오바마 레거시’ 계승 문제를 논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측이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트럼프는 대통령 자질이 없다”는 시각이 변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양측 간 불화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70여 일간의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최대 관심사는 오바마 레거시의 운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서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오바마 레거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의 단합을 호소하고 있지만,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오바마 레거시는 상당수 지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오는 14∼21일 그리스·독일에 이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찾는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 순방은 씁쓸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동맹과의 관계 재고를 선언한 트럼프 당선자의 승리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APEC 정상회의에서도 질문이 이어지면 오바마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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