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지난 몇 년간 최상의 상태에 있었던 한·미 동맹은 다시 한 번 큰 시련을 겪을 수 있습니다. 보호무역 기조로 한국 경제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 분야 전문위원인 김재천(51·사진)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고립적 외교 노선과 보호무역을 공식적으로 인증해준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 및 경제 정책 방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그동안 외교정책에 투입했던 미국의 국가자원과 에너지를 회수해 국내정책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중산층이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일자리가 사라진 이유는 자유무역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은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장한 트럼프에게 통치권한을 부여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외교적 역할은 축소되고 미국이 무역장벽을 쌓아 빗장을 걸어 잠그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트럼프 당선이 한국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은.
“안보나 경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관계는 지난 몇 년간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최상의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미 동맹은 다시 한 번 큰 시련을 겪을 수 있다. 더 많은 동맹 비용을 요구할 것이고, 동맹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많은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를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 국내에서는 자체핵무장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일단 보호무역 기조가 거세지면 경제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이 발생한다. 우리에게 미국보다는 이제 중국시장이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보호주의로 돌아서면 연쇄작용을 일으켜 중국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외교 전략 변화 방향은.
“한국이 중요한 외교파트너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역대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중요한 외교파트너로 대할 것이다. 다만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나 세계 전략에서 한국에 굉장히 많은 역할을 수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이 미국의 대중 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리고 한국이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과 한·미 동맹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중국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비즈니스 관계로만 이해하고 있다. 중국과 불공정한 비즈니스 관계를 시정하기 위해 강경한 대중 스탠스를 취하지만, 남중국해와 북한과 같이 안보에 관련된 문제는 중국과 대립하는 시각을 보이지 않았다. 남중국해는 기본적으로 역내 해당 국가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할 수는 있으나, 미국의 자원이 투여되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 문제도 근본적으론 미국의 문제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니,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주려고 할 수도 있다.”
10일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오른쪽) 부통령 당선자가 가족들과 함께 비행기에 타기 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대북 정책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기본적으로 북한 핵 문제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집권 후 모든 대북정책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하겠지만, 옵션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대북정책에 능통한 이들이 캠프 안에 없어서 검토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도 있다. 군사적인 해결책과 외교적인 해결책 모두 검토되겠지만, 선제공격과 같은 극단적 군사정책은 배제될 것이다. 말로는 강하게 북한을 비판하겠지만, 미국이 군사적으로 연루될 수 있는 강경정책은 내부지향적으로 바뀐 국가 분위기, 그리고 신고립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감안하면 불가능해 보인다. 한쪽으로는 보다 강력한 제재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압박을 계속하는 동시에 다른 한쪽으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종용해 일정 조건을 북한이 충족하면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도 도모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한·미 간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트럼프가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지만 미국 내에 북한에 대한 워낙 안 좋은 여론이 있어서 선뜻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은 선거전에 여러 통로의 트랙투(민간 분야) 대화를 통해 북한과 이러한 조건을 타진해 보곤 했다. 만약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 ‘유예선언(모라토리엄)’을 할 경우에는 핵 협상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너무 강경일변도로 치닫는다면 북한 문제를 놓고 한·미 간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은 대미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현저하게 내부지향적으로 바뀐 미국의 국가 분위기와 트럼프의 개인적인 외교정책 성향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우선 미국의 외교정책 역할이 축소될 것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북한 핵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요한 외교정책 사안으로 다뤄지겠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당장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접촉해 대북정책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