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정치시스템 불신 팽배
트럼프 정치적 신념, 黨과 달라
멕시코와 국경지대 장벽설치 등
핵심공약 현실성없는 게 많아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투표율이 결정지었습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하는 시골 거주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이 이제까지 다른 선거들보다 훨씬 많은 수가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섀넌 티에지(사진) 편집장은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지지율과 실질적인 투표율 사이에 차이가 난 것이 패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생각하는가.
“트럼프는 미국의 유권자들이 기존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게 됐기 때문에 당선됐다. 트럼프를 위해 투표한 대다수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그가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유는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 나빠지든 좋아지든 현실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공화당은 지금 기회가 아닌 위기에 놓여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이 기회가 아닌 위기에 놓여있다는 게 무슨 뜻인가.
“공화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공화당은 지금 장기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트럼프는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공화당이라 보기 힘들다. 정치적 견해, 신념 등 여러 면에서 전통적인 공화당 인사와는 다르다. 그는 자유무역 정책에 반대했고, 유럽·아시아 등과의 동맹 관계에 대해서도 회의를 가졌다. 또 이상하게도 러시아와는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 모든 것들이 완전히 공화당과는 대척점에 서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공화당이란) 이름 외엔 (공화당의) 정체성이 없다. 더불어 트럼프 지지층의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시골에 거주하는 백인 남성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거의 전적으로 백인 노동자 계층, 시골 백인 계층에 의존해 선출됐다. 현재 미국의 인구 비율은 소수인종과 도시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공화당의 득세는 힘들어질 것이다.”
―이번 선거를 좌우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었나.
“투표율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기반을 두고 있는 시골 거주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은 이제까지의 선거보다 훨씬 많은 수가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에 클린턴이 기반을 둔 흑인 등의 투표율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다. 선거 시행 전 예측들이 모두 빗나간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선거에서 어떤 후보의 기반이 되는 핵심 집단의 지지율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만, 그중 몇 명이 투표소에 갈지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번 선거의 경우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투표소에 나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미국의 선거인단제도 속에서 인구학적인 부분도 트럼프에게 이점으로 작용했는데, 위스콘신, 오하이오, 플로리다와 같은 중요한 경합주에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이 집중돼 있었다.”
―트럼프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분명 트럼프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정치인이 아닌 다른 후보들이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역시 곧 문제에 봉착하게 될 거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 기간에 내세운 핵심 정책과 약속들은 현실성이 없는 게 많다. 가령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주류 언론들을 통제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다.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위헌적인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대략적인 경제강령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지금 미국을 괴롭히고 있는 시스템적 문제들은 그렇게 쉽게 다뤄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중국과 멕시코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 ‘해외로 나간 기업과 공장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식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그런 공약들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그의 지지층이 빠르게 트럼프에 대한 환상을 지우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방향은 어떨 것이라고 보는가.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나아갈지는 지금까지 예상할 수가 없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캠페인과 모순된 발언을 했다. 정치적 경험을 했던 과거가 없기 때문에 그가 어떤 정책을 추구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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