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미 언론들은 그의 당선을 포퓰리즘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5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트럼프 유세 중 지지자들이 그의 공약에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미 언론들은 그의 당선을 포퓰리즘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5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트럼프 유세 중 지지자들이 그의 공약에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 AP연합뉴스
2 정치 틀 바꾸는 포퓰리즘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미국의 240년 정치사에 또 한 번의 ‘포퓰리즘’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원맨쇼’ 캠페인과 공화당 주류와의 결별, 트위터를 통한 유권자와의 직접 소통 등을 통해 기존의 현대 정치 공식을 모두 깨뜨렸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체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진행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초보자·The Apprentice)’의 제목처럼 정치초보자이지만 대중선동력 하나로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따라서 국정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탄생은 워싱턴 엘리트 정치뿐 아니라 공화·민주당 중심의 양당 체제도 크게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뉴요커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자를 ‘포퓰리스트’이자 ‘선동가’로 규정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일자리를 잃고 뒤처진 노동계층을 집중 공략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경선에서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도 ‘포퓰리스트’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우파라면 샌더스 의원은 좌파라는 게 다를 뿐, 반(反)자유무역 정서에 핵심 지지를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포퓰리즘’이라는 것.

그만큼 올해 대선은 포퓰리즘 물결이 강하게 몰아쳤다고 뉴요커는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1968년 인종차별주의자 조지 월러스, 1992년 기업가 출신 로스 페로 등 기존 포퓰리즘 후보들과 다른 것은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미국사에서 성공한 포퓰리스트는 1828년 대중 민주주의를 내세워 당선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1980년 보수 혁명을 주창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잭슨·레이건 전 대통령과도 차별화되는 면이 적지 않다. 먼저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7월 공화당 경선 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나홀로’ 캠페인을 펼쳐왔다.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등 지도부가 사실상 지지를 거부하면서 트럼프 당선자는 유세 마지막 날인 지난 7일에도 혼자서 경합주 5곳을 돌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워싱턴의 기득권층을 집중 공격하면서 공화당 주류와 결별, 당의 조직적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도 ‘바람’만으로 승리한 것.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자금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총 5억1200만 달러(약 5953억 원)를 쓰고도 승리하면서 현대 미국 정치는 ‘돈’에 좌우된다는 공식도 깼다. 또 중간에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2번이나 갈아치우는 진기록도 세웠다.

대신 트럼프 당선자는 유권자와는 직접 소통했다. 지난 10월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나는 미국 유권자 여러분에 대한 것 이외에 아무런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힌 메시지는 통했고, 막말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구사했다. 140자 단문의 트위터로 신속하게 반응하면서 대중을 끌어들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시대’ 미국 정치도 파격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주류와의 반목이 예상되면서 이 과정에서 정당 정치와의 결별 가능성이 크며, 트럼프 당선자가 자의적 결단과 대중과의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행정부·입법부·사법부 3부 간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미국 민주주의 작동 원리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자는 6월 공화당 경선 승리 뒤 “나는 아웃사이더이지만 경선을 이겼다. 여기까지 공화당 주류와 싸워서 올라왔다”고 밝혔고, 선거과정에서도 끝까지 ‘마이웨이’를 고수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해왔던 것처럼 공화당을 좀 더 포퓰리즘적 방향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통 보수 사상가나 주류 정치인들과도 거리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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