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이르면 오늘 영장 청구
회삿돈 530억 횡령혐의 조사
인허가과정 로비 게이트 의혹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가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을 체포해 본격수사에 돌입했다.
11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이르면 11일 오후나 12일쯤 일단 530억 원대의 회삿돈 횡령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그동안 무성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이미 엘시티 인허가 관련 부서인 부산시청,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의회 등 4개 기관에서 방대한 자료를 압수해 상당 부분 분석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 회장이 인허가 과정에서 전·현직 부산시청 최고위 간부와 지역구 국회의원 등에게 금품 살포와 향응 제공을 했다는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최고 101층 규모로 건설 중인 엘시티가 2조7000억 원대 초대형 건축사업을 하면서 금싸라기 땅인 해운대 온천관광리조트 지역을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고도제한 해제와 환경·교통영향평가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가 이뤄졌다고 보고 로비의 인과관계를 밝힐 계획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의 최순실 씨와 함께 매달 1000만 원 이상의 곗돈을 내고 서울 강남의 유력인사 20여 명이 포함된 계원으로 활동한 점으로 미뤄 최 씨나 주변 인물이 이 회장의 부탁을 받고 엘시티의 시공사 선정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11일 검찰 출두과정에서 “최 씨와 전화통화나 만난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른다”며 함구했다.
앞서 검찰은 3개월 동안 도주해 공개수배 중이었던 이 회장을 10일 밤 서울에서 검거해 11일 오전 3시 20분쯤 부산지검으로 압송해 부산구치소에 수감했다. 이 회장은 향후 다양한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면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제기된 모든 의혹을 차근차근 수사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엘시티 실질소유주인 이 회장이 검거되면서 부산발 정·관계 대형 로비 게이트가 터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혜성 인허가과정에서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돼 한번 터지면 ‘메가톤급’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계획 및 시행사 선정 등 10년에 걸친 사업과정에서 일부 정·관계 인사들은 ‘중간에 발을 빼고 싶어도 코가 끼여 특혜를 계속 봐줬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주변에서 제기됐다. 심지어 검찰과 법원에 대한 접대 장부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도주 중인 이 회장을 “못 잡나, 안 잡나”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일정 지역이 아니라 엘시티 건물 하나에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가 허가된 점으로 미루어 부산뿐 아니라 서울까지 로비의 손길이 뻗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1997년에 터진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의 판박이로 불린다. 당시 동방주택 사장이던 이 회장은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2000여㎡를 사들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용지로 용도 변경하면서 100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 이 회장은 2년 동안 도피하다 자수했지만 용도변경 과정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끝까지 입을 다물어 ‘자물쇠’로 통했다. 이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 9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상당수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났다.
이 회장이 무거운 입으로 끝까지 버틸 경우 향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 회장이 3개월 도주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수사에 대비해 엘시티에서 이 회장의 서류상 공식직함은 없고 실소유주로만 돼 있다. 핵심은 금품공여자로부터 “누구에게 어떤 부정청탁을 하면서 얼마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것인데, 입을 다물어 버리면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러나 예전 다대·만덕 사건과 달리 검찰이 이미 구속한 임원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증거를 확보해 이번에는 이 회장도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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