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대통령이 되기 위한 자질과 경험이 부족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예상을 뛰어넘은 큰 이변이다. 선거 기간 트럼프가 누누이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 성향 선거공약들을 실천하면, 미국의 대외관계는 갈등과 고립 심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굳건한 동맹 관계지만, 특별대우는 기대하기 힘들다. 공약을 실천해 생산적 결과를 창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출범하는 트럼프는 한국과의 군사·경제 협력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지닌다.

트럼프는 손익계산에 밝은 사업가 출신이다. 정치인들은 명분·도덕·정의 및 과정을 무시할 수 없으나, 사업가는 실리 위주로 이익과 이윤을 추구하며 협상을 통한 해결에 능하다. 선거 기간에 밝힌 공약과 취임 후 대통령의 정책 이행은 다를 수밖에 없겠으나, 앞으로 시행착오를 겪을 트럼프의 행로는 예측이 어렵다.

10일 트럼프 당선자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10여 분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고 한·미 양국의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그는 한·미 동맹의 강화·발전을 강조한 박 대통령에게 흔쾌히 “100% 동감한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운동 기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그의 언급과 상당한 차이점을 보인다.

트럼프는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백인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에게 큰 빚을 졌다. 그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대폭 증액을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북(對北) 경험이 없다. 그는 강한 미국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해외 군사력 개입에 소극적이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김정은과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비핵화와 제재 강화를 강조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예고한다.

현재 최순실 사태 때문에 박 대통령의 외교·국방 수장 임무 수행이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새로이 트럼프 당선자와 참모들을 상대로 외교·국방·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트럼프는 한국이 방어를 알아서 하고 핵 개발 가능성도 비쳤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한국의 대미 협상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한 의지와 창의적 사고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대미·대북 정책을 긍정적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하면 길이 열린다. 미리 비관적인 결론을 내리면 얻을 게 없다. 트럼프 진영과 통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 사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여지는 있다. 북한과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진지하게 추진해 볼 수 있다. 그러면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의 건설적 역할을 인정할 것이다.

현재 내우외환의 불행한 사태를 맞았으나,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지나친 위축은 금물이다. 정부는 외교·안보 팀을 정비·보강해 새 정책을 개발·집행해야 한다. 국내 분열 심화가 국가안보를 그르치면 안 된다. 한국이 스스로 생존과 번영을 모색해야만, 미·중·일·러 등도 우리를 존중하게 된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고 설득하기 위해 알찬 준비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트럼프 당선자와 인수위 참모들에게 동맹국 한국의 소중함과 기여를 분명히 인식시켜 줘야 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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