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의해 청와대 방향 행진이 막히자 경복궁 인근 내자동 로터리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12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의해 청와대 방향 행진이 막히자 경복궁 인근 내자동 로터리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종범 “朴대통령이 지시해”
차은택 진술 등 증거 확보

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뇌물죄 등 혐의 적용 가능성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검찰 조사가 현실화된 가운데 조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시작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최순실(60) 씨,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구속된 피의자들뿐만 아니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전날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일단 참고인 신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피의자로 전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피의자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할 게 상당히 많은데 조사 과정에서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직권남용 혐의로 나란히 구속된 안 전 수석과 최 씨가 여전히 서로를 모른다고 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들의 연결 고리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박 대통령이 이를 인정할 경우 두 사람에게 적용된 혐의가 고스란히 박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미 대국민 사과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정한 청와대 문건 유출,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 조성에 대해 직접 지시했다는 박 대통령의 진술이 나올 경우에도 피의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애초 형사소추 대상이 아닌 현직 대통령은 수사 대상도 아니라던 검찰과 법무부도 조금씩 태도를 바꿔 “(피의자로) 입건할 수도 있다”는 데까지 옮겨왔다.

박 대통령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은 이미 언론에 공개된 것만 해도 상당하다. 두 재단의 기금 조성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과 함께 일부 기업들도 강제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문건유출, 인사개입 등 국정농단과 관련해서는 최 씨와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박 대통령이 개입됐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녹취록에도 ‘VIP(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최 씨와 안 전 수석 등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정 전 비서관에게 적용된 공무상비밀누설, 최 씨 등에게 적용을 검토 중인 뇌물죄 등 혐의가 박 대통령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날 이재만(50)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소환조사한 것도 박 대통령 조사 전 수순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이미 구속된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박 대통령을 18년 이상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문고리 3인방’으로 위세를 떨쳤다. 검찰은 이들에게 최 씨의 국정농단, 두 재단 기금 조성 과정에서의 박 대통령의 역할, 최 씨와의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들은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소환된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만 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갔다.

앞서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원칙을 천명하고 늦어도 16일까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뒤 청와대와 일정 및 조사 방식 조율에 나섰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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