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도심에 시민 100만여 명이 집결해 진행한 박근혜 대통령 규탄 ‘2016 민중총궐기’에 대해 촛불집회 시대의 정점을 보여준 성숙한 행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를 느낀 각계각층·전 세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을 찾아 문화행사나 축제에 참가하듯 평화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했다는 점에서 선진 집회·시위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14일 경찰과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등에 따르면 이틀 전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이 집결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 집회였지만, 폭력 시위는 없었다. “순실이를 퍼뜩 석방하라. 오더(명령)를 받지 못해 (박 대통령이) 하야를 못하고 있다” “지지율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탓해” 등 풍자 문구가 적힌 피켓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아이돌 콘서트에서 사용하는 경광봉을 흔들며 자녀와 함께 박 대통령 규탄 구호를 외치고, 현장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거나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구급차 한 대가 지나가자 인파가 일사불란하게 양옆으로 갈라지는 모습에 한 외국인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모(26) 씨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 중고생 등 평범한 시민들이 주도한 집회여서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이 흥분해 차벽에 올라가자 다수 시민이 “내려오라”고 외쳤다. 한 시민이 질서 유지에 나선 경찰에게 ‘청와대의 견찰’ ‘정권의 하수인’이라고 조롱하자, 다수는 “경찰도 국민이다”라고 외치며 물리적 충돌을 미리 막았다. 밤샘 집회 참가자 23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일부 부상자도 발생하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도 시대에 따라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엔 시위대가 혈서를 쓰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이 적지 않았다면, 민주화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는 폭력을 지양하고 해학적인 문구나 그림이 들어간 피켓으로 의사를 나타내는 등 평화집화가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준영·김수민·김기윤기자 cjy324@
최준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