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부에 ‘WLB 추진실’ 설치
2362개 기업·단체 공식 참여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성장·저출산 문제를 경험한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일과 삶의 균형(WLB·Work Life Balance)’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일가양득 콘퍼런스에서 일본의 WLB 정책을 소개했다. 경총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08년 내각부에 WLB 추진실을 설치했다. ‘체인지 재팬(Change Japan)’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WLB 확산 범국민 운동을 전개했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2362개 기업과 단체가 이 캠페인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고용환경을 바꾸기 위해 각종 법제도 개선했다. WLB 모범 기업으로 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은 광고·상품·구인공고 등에 인증 마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육아기 단시간 근무에 1인당 40만 엔(약 433만 원)을, 중소기업의 경우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근로자에게 1인당 15만 엔을 지원했다.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하거나 시간외근로 감축 목표를 달성한 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80만 엔을 지급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또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하기 위해 근로 방식 개선 컨설팅과 가이드북, 지표 등도 보급했다.

일본 경제단체들도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직장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고 각 기업에 WLB 추진을 적극 권장했다. 2007년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經團連)가 만든 ‘WLB 추진을 위한 기업 행동지침’에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발휘 △효율적 근로 방식의 실현 △직장인의 의식 고양을 위한 폭넓은 운동 △관리직에 대한 교육 △주체적인 커리어 형성 환경정비 △여성의 취업 계속 지원과 재고용 추진 △차세대법상 행동계획 지침 활용 △사회 전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창의적인 방안을 살린 추진 △기업 간 연계의 추진 등 10가지 사항이 담겨 있다.

기업들은 사내 제도를 정비하고 사내 문화를 바꿔 나가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한 간호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적극적인 WLB 분위기를 유도했다. 휴가 근로자의 아래 직급 근로자를 대체 근로자로 발탁하는 ‘도미노 인사제도’도 도입했다.

경총 관계자는 “일본의 사례에서 기업이 WLB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근로의 효율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은 WLB 추진은 일시적인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제언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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