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국로 문화재 벨트
이보다 한적하면서도 인사동 못지않은 향취를 경험하고 싶다면 종각에서 율곡로와 이어지는 우정국로를 따라 형성돼 있는 문화재 벨트를 탐방해보는 건 어떨까.
‘우정국로 문화재 벨트’의 시작은 우정총국(郵征總局·사진)이다. 우정총국은 조선 말기 우편 업무를 담당하던 관청이다. 1884년 고종의 칙명으로 설치됐다. 초대 총판에 홍영식이 임명돼 그해 11월부터 근대적 우편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12월 4일 우정총국 개설 연회가 계기가 돼 갑신정변(甲申政變)이 발생하면서 폐쇄됐다.
이후 임시 교육기관 등으로 쓰이다가 1956년부터 체신부에서 관리했고 1970년 사적 제213호로 지정됐다. 지금은 체신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표와 문헌 등 체신 관련 유물들이 보존돼 있다. 1월 1일과 설날, 추석을 제외하곤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된다.
그런데 우정총국은 원래 조선시대 전의감(典醫監) 터였다. 전의감은 궁중에서 쓰는 의약을 관리하던 곳이다. 우정총국 앞에 붙어 있는 표지석으로 알 수 있다.
우정총국 바로 앞과 옆은 시민광장이다. 이웃한 조계사와의 경계지역에 조성된 휴식공간이다. 단풍나무와 벤치가 있어 볕이 좋은 날엔 잠시 쉬어 가기 좋다.
이곳은 또한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계약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끝내 자결한 충정공(忠正公) 민영환의 집터다. 민영환은 1861년 7월 이곳 견지동 39-7번지에서 출생했다. 시민광장 안쪽엔 이를 알리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우정총국과 조계사를 지나 남쪽으로 좀 더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좁은 골목이 나온다. 종로구청 쪽으로 연결되는 우정국로의 사잇길이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데 그 안에는 OCI 미술관이 있다. 송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현대미술관으로 다양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근대 속 현대다. 관람료는 무료. 일요일과 월요일엔 휴관한다.
이 골목길의 끝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돌면 수송공원과 목은이색선생영당(牧隱先生影堂)이 나온다. 수송공원은 조계사와 주변의 큰 건물들에 둘러싸여 아늑함을 풍기는 작은 공원이다. 이 공원은 원래 보성사 터였다. 보성사는 1910년 건립된 천도교 계통의 인쇄소였다. 3·1 독립운동 당시 2만 장의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송공원 초입에 설치된 아주 작은 표지석으로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목은이색선생영당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의 영정을 보관하고 있는 영당이다. 낮에는 무료 개방하므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여기서 안국동사거리 쪽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다시 돌면 출발했던 지점인 우정총국이 나온다.
우정국로 문화재 벨트는 우정총국을 중심에 두고 우정국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수송동 44번지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9호 백송, 수송동 146번지에 있는 정도전 집터까지 찾아보면 조선시대 관청가였다가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이곳의 결연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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