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40여 명을 태운 직행버스 운전기사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지면서도 버스를 갓길에 안전하게 정차시킨 뒤 뇌사상태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내리막 도로를 지나면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운전기사의 살신성인 정신이 승객 40여 명의 안전을 지켜 냈다는 평가다.
전북 소방본부와 전북고속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10시 5분쯤 전주에서 정읍으로 향하던 전북고속 소속 직행버스 운전기사 한원기(55·사진) 씨가 운전 중 정읍시 정우면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일주일째 뇌사상태에 빠졌다.
버스 안에 설치된 CCTV에 운전기사 한 씨가 복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장면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갓길로 끝까지 운전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어 한 씨의 응급상황을 지켜본 승객 중 한 명이 ‘119 긴급전화’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출동한 정읍소방서 소방관들이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이미 회생 불능의 뇌사상태에 빠졌다.
전북대병원에 입원 중인 한 씨의 상태가 호전될 전망이 없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17일 한 씨의 뇌사 판정을 받아들이고 장기를 기증하기로 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더 붉게 했다.
운전기사 한 씨의 친구인 김범영(55·전북 군산시) 씨는 “평소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의 노모를 돌볼 정도로 희생 봉사 정신이 강했던 친구인데 급작스럽게 쓰러졌다는 소식에 더 가슴이 아프다”며 “가족들의 결정이지만 마지막 길에도 장기기증 절차를 밟고 있어 더 애틋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전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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