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라가 흔들린다. 인간의 허망한 욕망이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요괴와 같은 한 무리의 인간들이 손톱으로 할퀴어댄 무수한 생채기를 보며 국민은 기겁했다. 많은 사람이 넋을 빼앗긴 채 TV 뉴스를 쳐다본다. 그리고 광화문에 나가 촛불시위를 하며 서로의 상실감을 확인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그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음에도 이토록 처참하게 민주공화국의 기반을 무너뜨린 자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최태민의 자식들인 최순실·순득 일가가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다. 그들에 기생하며 단물을 빨았던 이들이 어지럽게 날린다. 그들 가운데 유난히 검사 출신이 많았다. 김기춘·우병우 등등의 인물이 거대한 파노라마의 장막 위에서 활개 쳤다.

검찰에 대단히 미안한 말이나, 오늘 출근하다 들으니 비수처럼 박히는 말이 있었다. “도대체 검찰이 뭐예요? 이거 뭐 꼭 깡패 아니에요?” 허허 하고 웃어버리기에는 시국의 급박이 압도한다.

검찰권도 하나의 권력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 전체의 투표를 통해 획득하는 권력을 중심권력이라고 한다면 검찰권은 주변권력이다. 열린 민주사회가 아닌 한, 주변권력은 항상 중심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그와의 충돌을 회피하는 울타리를 친 뒤 그 속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더욱이 한국처럼 전통사회의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 곳에서는 공화국 전체를 위한 공공심의 발로보다는 소집단적 분화 현상이 지배한다. 어디를 가든지 보라! 패거리 문화가 길바닥을 어지럽게 뒹군다.

이렇게 중심권력의 눈치 살피기, 공정심이 결여된 집단이기주의가 검찰이 가진 폐단을 이해하는 데 있어 2개의 기본적 키워드가 된다. 그런데 하나 더 있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가장 상층부 엘리트들로 구성돼 그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검사는 조직의 상부로 올라가고 싶은 세찬 욕구에 쫓긴다. 검사들이 검찰에 맹목으로 바치는 충성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고, 조직 내에서 상승기류를 타고자 하는 경쟁은 격심하다. 이런 조직의 분위기가 우병우를 낳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검찰의 전부가 아니다. 지금까지 검찰의 일반적 기류에서 벗어나 고고한 기개를 가지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한 적지 않은 검사가 있었다. 수도승처럼 금욕과 절제를 하며 정의로운 권력을 행사한 이들이 검찰사(檢察史)에 별처럼 박혀 있다. 우리는 그 별들을 바라보며 때때로 애상(哀傷)의 강물에 빠져든다.

엊저녁, 검찰은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 이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러야 마땅하다. 검찰은 하지만 주저주저하고 있다. 아직은 살아 있는 중심권력을 향해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검찰은 죽는다. 폭발하는 국민의 함성이 검찰을 덮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검찰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눈을 돌려 하늘의 별이 된 저 선배들을 쳐다보라. 오직 국민만을 뜨겁게 안으며 돌진하라. 그리하여 새롭고 정의로운 검찰의 전통을 세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라.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하라. 그대들은 할 수 있다. 그대들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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