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변화하며 인문학에 대한 기대도 바뀌고 있다. 인문학을 통해 많은 사람이 위로받고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어 하며, 자본도 인문학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 과학정보통신 분야가 발달함에 따라 디지털 분야에 관한 인문학의 역할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인간에 대한 탐구가 문학, 역사, 철학으로만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그동안 인문학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던 다양한 영역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책에는 음식, 치유, 경제, 의료, 영상, 빅데이터, 진화심리, 생명, 신경, 디지털 등 10개 영역을 인문학의 대상으로 삼아 관련 전문가가 21세기 인간다운 삶에 대한 다양한 물음과 해석을 내놓는다.
각 장의 필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인문학과의 통섭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음식인문학은 음식으로 인간과 시대를 탐구하는 한의사, 경제인문학은 경제그래프에 숨겨진 삶을 읽는 경제학자, 빅데이터는 인문학의 눈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자가 집필했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한 최신 인문학적 고찰을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상세하게 들려준다.
책의 첫 장을 여는 음식 인문학의 경우 한의사인 저자 박석준(우천동일한의원 원장, 동의과학연구소 소장)은 “근대 이전에도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며 “음식인문학은 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의 변천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그는 “최근 한국에서 성행하는 뷔페식이 실제로는 바이킹들이 자신들이 침략한 지역에서 약탈한 재료를 아무런 규칙 없이 쭉 늘어놓고 먹던 폭력적인 문화에서 유래했다”며 “자연과 인간의 몸을 고려하지 못한 문화이기 때문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의료인문학에서 의철학자인 저자 강신익(인제대 인문의학교실 교수)은 “우리 몸을 ‘기계’로 보고, 병을 기계의 ‘고장’으로 보는 무의식적인 전제가 올바른 의료행위를 저해한다”며 “몸=기계라는 은유보다 차라리 몸이 ‘여러 귀신이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도교적인 발상이 우리 삶을 더 건강하게 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자극해 보다 풍성한 의료 연구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한다.
인문학 분야에서 아직은 생소한 디지털인문학의 저자로 그동안 실험영화와 미디어아트를 연구해온 오준호(서강대 영상대학원 부교수)는 “디지털 기술은 학자들의 연구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질적으로 변화시킨다”며 “구글 스칼러 등을 이용해서 디지털화된 방대한 자료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상황은 연구주제의 설정, 문헌, 연구방법 등에서 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한편 각 장의 말미에는 이 책을 기획한 철학박사 김시천과 해당 장의 저자 간 대담이 실려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대담자 김시천은 철학박사로 경희대, 숭실대, 인천대 및 여러 기관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최근 지식비평적 관점에서 동양고전학을 재정립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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