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2만여 명이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첫 번째 촛불집회였다. 애초 종로1·2가를 거쳐 인사동 쪽으로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던 시위대는 애국가를 부르면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경찰과 대치 속에 한쪽에서는 몸싸움도 벌어지자,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라고 방송하며 시위대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분위기는 한결 누그러졌고 이날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어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도 14일 기자간담회에서 “12일(3차 촛불집회) 집회에 청와대에서 1㎞거리인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허용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는 보장하겠다.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분위기다. 서울경찰청은 17일 “19일 촛불집회는 내자동 로터리와 율곡로 남단 200m까지만 행진토록 주최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사를 표하던 경찰은 불과 사흘 만에 “일부 시위대가 지난 12일 행진 경로를 벗어나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며, 차로를 장시간 점거하면서 밤샘 불법 시위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 시민단체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최순실 정국 대응 방식을 정면 돌파로 선회하자, 경찰도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입장을 바꿔 평화적 촛불집회를 폭력시위로 몰아가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의 분노는 임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 경찰이 ‘평화적인 행진이라면 청와대 인근까지 허용하겠다’던 공식 입장을 스스로 뒤집는 모습은 국민을 더 화나게 할 뿐이다. ‘국민을 위한 경찰’ 평가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장병철 사회부 기자 jjangbeng@munhwa.com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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