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위기속 진두지휘 못 해
내년 예산안·세제 등 오리무중
경제, 정치적 이슈와 분리해야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추락하고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정 마비에 따른 경제 위기 우려도 커져만 가고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예산·조세·법안·인사와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등 경제정책 전반이 사실상 ‘멈춤’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가운데 한국 경제의 급락을 막으려면 여야 합의에 따라 경제 분야만이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컨트롤타워를 수립해야 한다고 거듭 지적하고 있다.
21일 경제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한 지 20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임 위원장은 여전히 ‘지명자’ 지위를 못 벗어나고 있다.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는 더욱 요원해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유일호 부총리가 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등 부총리로서의 업무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미 떠날 것이 확정된 상태에서 위기 상황인 우리 경제를 수습하며 진두지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수립에 들어갔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줄줄이 ‘식물상태’인 가운데 다음 달 발표될 경제정책 방향에 획기적인 경기 개선 대책이 담길 거란 기대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 법안도 논의는 되고 있지만 어수선한 상황에서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최순실 예산’ 삭감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데다 예산안 부수법안인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여부를 놓고 여야가 막판까지 충돌할 경우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4대 구조개혁 등 기존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경제정책들도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형국이다.
20여 곳이 넘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이 임기를 마쳤는데도 후임을 정하지 못한 채 공석으로 비워두거나 이미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는 어색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는 경제 침체가 구조화하고 있는 위기 상황으로 내년 2%대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위험 관리라도 해야 하는데 정책 컨트롤타워마저 무너졌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정치적 이슈와 분리해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야가 경제 분야만이라도 합의를 해서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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