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은 삶은 진짜로 살고 싶어. 그게 나한텐 뭐냐면 여자의 사랑이야. 그거를 얻고 느끼고 매일 그렇게 사랑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그렇게 살다가 죽고 싶어.”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장편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사진)에서 남자주인공(김주혁)은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 대사로 풀어냅니다. 이 영화는 그동안 홍 감독이 만들어온 작품들과 궤를 같이합니다. 지질한 남성들이 등장해 술자리에서 사랑에 대해 어쭙잖은 철학을 늘어놓습니다.

홍 감독의 영화에 등장해온 장면과 대사에 대해 이번에는 조금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홍 감독과 한 여배우의 ‘불륜설’이 돈 후 처음 나온 영화여서 그렇습니다. 앞에 쓴 남자주인공의 대사 외에도 여주인공(이유영)과 나이 든 남자(권해효)가 나누는 대사에 대해서도 홍 감독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귀여워. 머리만 좀 하얗지 않았으면”(여자), “나이답게 행동할게요. 예의도 다 지키고, 정말 모든 걸 다 할게요. 제대로”(남자).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외쳤듯 영화는 영화일 뿐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사생활과 연결하는 건 무리겠죠. 홍 감독도 등장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해왔기 때문에 이번 영화 내용과 홍 감독의 개인사를 엮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홍 감독의 ‘이기심’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불륜설이 불거진 이후 홍 감독은 단 한 번도 국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으며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 언론·배급 시사회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흥행을 위해 꼭 필요한 행사에 감독과 배우가 나오지 않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사이에도 해외 영화제에는 참석했습니다. 만들어놓은 작품은 내놔야겠고, 해외 팬들도 만나고 싶었지만 국내에서는 사생활 뒤에 숨고 싶었나 봅니다.

영화는 여러 스태프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감독을 배의 ‘선장’에 비유합니다. 홍 감독의 이번 영화는 선장을 잃은 배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감독과 배우가 홍보에 손을 놓은 상황에서 배급과 홍보 계약을 맺은 회사 직원들은 상업 영화의 흥행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흥행 성적은 매우 저조합니다. 홍 감독이 아내를 상대로 법원에 이혼조정 신청을 내며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졌습니다.

홍 감독의 작품은 배급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3만 명 정도가 보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개봉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8만여 명이 봤습니다. 하지만 10일 개봉한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은 20일까지 11일 동안 1만4295명을 모으는 데 그쳤습니다. 영화계에서는 홍 감독의 고정 팬들도 실망했을 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배급사와 홍보사 직원들은 말을 아끼지만 많이 안타까울 겁니다. 그가 가족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겠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나 몰라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꼭 묻고 싶습니다. 그가 나타난다면….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