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직접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21일 오전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박근혜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직접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21일 오전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검찰 강제수사 나서나

朴, 의혹에 거짓·否認으로 일관
문서 파기·말 맞추기 등 우려

법리적 실익 없음에도 불구
일부선 “체포영장 청구” 제기


‘법리적 실익’이 없음에도 검찰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임에도 법에 따른 검찰 수사를 대놓고 거부하는 점,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전날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하자, 그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박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의 발언에 검찰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측근 3인과 ‘공범’ 관계에 있는 중대 피의자다. 헌법의 ‘재임 중 불소추특권’으로 인해 기소가 잠시 유예될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가 공권력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법에 따른 공식 검찰 수사를 대놓고 무시하는 상황이 펼쳐진 데 대해 상당수 검사가 충격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태도에 더해 검찰은 청와대가 나서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12월 초 특검 수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헌법을 악용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며 문서 파기, 말 맞추기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범죄 혐의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통상 피의자 신문 시 거짓말하는 피의자에 대해 검찰 조사에 앞서 증거인멸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집중 수사에 나선다. 박 대통령은 전형적으로 거짓말하는 피의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씨 등 3인의 공소장에 따르면, 자신과 관련된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줄곧 거짓과 부인으로 대응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국정농단 실태가 드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사과했지만, 거짓말이 다수 포함된 사과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최 씨한테 건넨 문건의 대상을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로 한정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최 씨에게 간 문건은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 자료’ 등 180건에 이르고, 이 중 공무상비밀누설 범죄 혐의에 해당하는 문건도 47건이나 됐다.

청와대 문건을 넘긴 시기 또한 거짓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보좌체계가 완비될 때까지 취임 후 일정 기간 동안’ 최 씨에게 의견을 물었다고 했지만, 검찰은 “2013년 1월쯤부터 2016년 4월쯤까지 비밀 문건들이 최 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 등으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이 일반 피의자였다면,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인해 ‘압수수색-피의자 신분 출석 통보나 체포영장 청구-구속영장 청구’ 등의 강제수사가 빠짐없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 일각에서는 법리적 실익과 상관없이 피의자임이 적시된 출석요구서를 청와대로 공식 발송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에 따라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커 ‘법리적 실익’이 없는 측면이 분명 있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증거인멸을 할 상당한 우려가 있는 중대 범죄 혐의자’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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