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진 개편까지
정호성에 “崔에 확인” 지시
기밀 문건 중 10건이 인사
공적 시스템보다 崔 신뢰
박근혜 대통령이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순실(60) 씨에게 건넨 47개 청와대 기밀 문건 분석 결과 초기 조각은 최 씨의 손에 맡기다시피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리부터 차관에 이르기까지 조각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둘러싼 미스터리다. 검찰은 최 씨의 청와대·내각 인사 개입 등의 위법 행위도 상당 부분 확인했지만, 왜 박 대통령이 굳이 최 씨에게 인사까지 통째로 확인받아야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 씨와 정 전 비서관 등을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분석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기밀 문건으로 분류한 47개 문서 중 인사와 관련된 건 10건이 넘는다. 특히 취임 초 정부조직 개편부터 국무총리를 포함한 초대 내각 조각,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 등 사정기관장 임명, 국정 운영의 난맥상 해소를 위해 전적으로 단행한 첫 번째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박근혜정부 초반 진용은 아예 최 씨가 맡아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문화일보가 공소장에 따른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사례와 실제 인사 발표를 분석한 결과 상당 부분 최 씨의 ‘확인’을 거쳐 발표가 이뤄졌다. 2013년 3월 1일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동연 국무총리실장 내정자의 경력과 인선 배경을 만들어 최 씨에게 건넸다. 이 사실은 전달자 역할을 한 정 전 비서관을 포함해 셋만 아는 비밀 중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2일 박 대통령은 이 셋을 공식 후보자로 발표했다.
같은 달 13일 검찰총장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의 인선안과 후보자 경력 정보 등 40명이 넘는 장·차관급 인사 내용을 최 씨에게 건넸다. 다음 날인 14일 장·차관급 인사 5명이, 15일에는 4대 권력기관장 인선안이 발표됐다. 여름 휴가 직후 단행한 청와대 첫 번째 인사 개편 역시 최 씨의 손을 거쳤다. 같은 해 8월 4일 청와대 비서진 교체 내용 문서가 최 씨의 ‘컨펌’을 받았고, 곧바로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새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여전히 ‘왜’ 박 대통령이 결코 국정 운영이나 인사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최 씨에게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까지 확인을 구하고 의견을 물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갖가지 확인되지 않는 ‘설(說)’만 떠돌 뿐이다. 일각에서는 최 씨의 종교적 영험함, 역술적 측면을 박 대통령이 지나치게 신뢰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조각이라는 시기상 박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믿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최 씨의 의견을 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통령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사까지 공적 시스템이 아닌 최 씨 등 사적인 통로를 통해 결정을 내린 것은 대통령직의 무게를 망각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병기·이용권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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