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부족했던 공동묘지 정비
임신성공한 사례 공모도 진행
중국인대상 홍보 계획도 논의
무덤만 1000기 이상인 동네 뒷산이 아기 탄생 소망을 비는 명소가 됐다. 공동묘지가 주민과 외부인들의 명소로 바뀌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민원을 넣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 방문해보니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세심한 현장 행정의 결정체였다. 서울 노원구 월계2동 초안산 일대에 조성된 ‘아기소망길’ 얘기다.
지난 17일 오후 초안산 입구 비석골 근린공원. 등산복 차림의 김성환 노원구청장과 지역 주민 20여 명이 산 입구의 석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날 산행은 구정 최고 책임자와 주민들이 이곳에 조성된 아기소망길 3.5㎞를 함께 걸으며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초안산은 지난 2002년 3월 사적 제440호로 지정됐지만 명소가 되기엔 제약이 많았다. 산 곳곳에 있는 1154기의 무덤이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는 데다, 이 중 대다수가 내시·상궁·서민들의 무덤이어서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임으로 고생하던 노원구청 공무원 7명이 월계2동 주민센터 발령 후 모두 임신에 성공한 사례에 주목한 김 구청장이 “아기를 부르는 소망길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이후 관광 명소화 작업이 급진전 됐다. 노원구는 지난해 4월 서울시의 마을여행 공모사업에 ‘아기소망길’을 응모, 지원금 5000만 원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초안산 인근 주민 3명으로부터 난임 극복 사연을 모았고, 8월 서울시 지원금에 구비를 보태 비석골 근린공원부터 상궁 개성박씨묘, 내시 승극철부부묘, 연리지에 이르는 3.5㎞에 여각과 벤치, 나무덱을 설치했다. 그런 노력으로 동네 뒷산이 자녀 탄생을 원하는 이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재탄생했다.
김 구청장은 길 조성 이후에도 수시로 현장을 찾아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 이날 현장 방문에선 방문객 관람 편의를 위해 흩어져 있는 묘를 몇 군데로 모아놓는 방안과 자녀 출산에 대한 애착이 강한 중국인 대상 홍보 아이디어가 논의됐다. 주민 허종태(75) 씨는 “아기소망길 근처로 이사 온 난임 부부마다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걸 보면 구청장의 노력에 초안산에 잠든 영혼들이 화답한 것 같다”며 구의 행정을 높이 평가했다.
김 구청장은 “내시와 상궁들의 묘가 모여 있는 초안산은 조선의 궁중생활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장소이고 난임 부부들에게 아기가 생기게 하는 영험한 곳”이라며 “2020년까지 이곳에 내시박물관을 열어 역사 공부와 힐링 모두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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