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선서를 규정한 헌법 제69조의 대통령 제1 책무는 헌법 수호와 국가 보위이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심각한 헌정(憲政) 문란이 없다. 20일 검찰이 최순실 사건과 관련, 임기내 형사 소추가 불가능한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공식 입건한 것은 그만큼 혐의가 가볍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측은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며 수사 자체를 부인했다. 대통령이 국가기관인 검찰 수사에 이런 입장을 취한 것은, 국가 시스템의 기본인 ‘법치(法治)’를 부인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검찰 조사를 거부해 놓고 이제 와서 검찰의 조사 부실 등을 탓하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형사 입건이 부당하다면 수사에 성실히 응해 결백을 입증하면 될 일이다. 검찰 조사를 거부해온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상식의 눈높이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입건 조치는 충분한 증거와 증인 등 근거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검찰은 “99% 입증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피의자로 규정한 이상 검찰은 당연히 적법 절차에 따른 강제 수사 절차에 돌입해야 하며, 조사 일정을 통보해도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 발표는 결국 거짓말투성이로 드러나고 있다. 최 씨가 구속된 다음 날인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응하지도,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으며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중립적 특검’ 운운함으로써, 앞으로 있을 특검 수사도 거부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첫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 씨가)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 씨에게 건네진 비밀 문건이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 자료’ 등 18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지만, 올 4월경까지 이메일 또는 인편 등으로 최 씨에게 전달됐다.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에 대해 “기업들이 뜻을 모아 순수하게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순수한 뜻을 최 씨가 악용한 사건’으로 규정하는 듯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태로, 전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수십년 전 사례까지 꺼내며 과거 대통령들의 기업 자금 출연 요청과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전혀 경우가 다르다. 박 대통령이 특정 광고회사를 도와준 기막힌 정황도 공개됐다. 그동안 드러난 거짓 해명은 일반인이라면 증거인멸에 해당돼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자백하는 것이 그나마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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