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교수 경제학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속도가 가파르다. 이대로 가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설 것이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 예상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펼 것이 예상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다. 미국은 세계 대공황 시기이던 1930년에도 공화당 소속인 허버트 C 후버 대통령이 스무트-할리 관세법을 통과시켜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편 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제조업 제품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보호무역은 물론 환율조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 기조에 대해 중국은 무역보복을 언급하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추가적인 성장 둔화를 막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위안화 환율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원화 환율에 대해서도 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2배 이상 늘어난 데 주목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를 환율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할 경우 대미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여기에 미·중의 환율전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할 경우 우리의 대중 수출 또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치적 불안정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줄어들면 내년 성장률은 2% 중반 이하로 주저앉을 수 있으며, 경기 경착륙으로 기업 도산이 늘어나면서 자본 유출로 경제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의 환율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 수출을 줄일 수 없는 지금,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입선을 미국으로 돌려 대미 수입을 늘릴 필요가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 중 하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국가다. 258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줄인다면 우리는 이 조항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로 대중(對中)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 중국이 이미 우리 주력산업과 중간재 생산 기술을 따라잡으면서 앞으로 우리의 대중 수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충격을 피하기 위해 수출시장 다변화로 현재 26%에 이르는 대중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일본 엔화는 이미 달러당 110엔대를 넘어서고 있다. 외환 당국은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면서 동시에 일본과 중국의 환율 인상 폭과 같이 변동하도록 환율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급격히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금리정책 운용도 필요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때와 유사하다고 한다. 자국의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경쟁적 평가절하와 보호무역이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이 금리를 높이는 시기에는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로 경제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 국내 정국이 혼란스러운 이때 환율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2중(重) 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경제팀의 적극적인 대응책 수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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