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졸업을 한 실상이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 의해 드러났다. 이번 정유라 사태는, 잘못된 권력이 학교 현장에 휘둘러졌을 때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이 힘없이 무너져버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시 한 번 학교 현장의 학사(學事) 비리가 교사 또는 교장 개개인의 자율성과 도덕성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영란법과 같은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엄격한 규정을 학교 현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과 함께 다음과 같은 학사 비리 근절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학교 현장에서 학사 원칙이 부당하게 침해당했을 때 개별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 등 당사자들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학사신고 핫라인(hotline)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이 학사신고 핫라인은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하나는, 학교나 교육청과 관련이 없는 중립적인 기관, 예컨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이번 정유라 사태는 개별 교사의 원칙 준수가 학교 및 상급 기관에 의해 얼마나 쉽게 부정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교육 기관이 아니면서, 부정행위를 엄단할 수 있는 공공기관에 의해 학사 비리 신고 접수가 이뤄져야 한다. 다른 하나는,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이 지켜지면서 신분상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공익을 위한 신고가 오히려 개인에게 어려움을 줄 경우 제대로 된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학사 관리 체제를 보다 정교하게 해서 개인별 청탁이나 부정이 근본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방안은 학사 비리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것으로, 학사 과정 및 결과에 관한 공개 및 다층적 개입과 같은 운영 방안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학사 관리는 개별 학교 단위로 이뤄지며, 외부의 감시 기능은 특별감사 등이 이뤄질 경우에만 작동되게 돼 있다.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학사 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지 않다. 따라서 학사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 차원을 벗어나 상급 기관 또는 지역 학사관리위원회에서 감시할 수 있도록 학사 과정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시험과 성적 부여, 출결 사항 등 핵심 항목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졌는지를 공개하는 것이다.
셋째, 학사 과정에 학교 내 학부모 및 재학생에게 일정한 감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다층 개입이 이뤄지게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교사와 교감, 교장과 같은 관리자들만이 학사 과정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대표가 학교 내 학사관리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이 방안은 특히 학사과정 결정 시 중요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학교 내 학사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예체능 분야의 철저한 학사 관리를 위해 특단의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타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예체능의 경우 학사 관리에 있어서 부정이 쉽게 이뤄질 수 있음을 정유라 사태를 통해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의 효과적이고 공정한 학사 관리 체계가 예체능 분야에서 시급히 개발될 필요가 있다. 평가 항목과 방식을 개별 학교 내에서 결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수 학교에서 공통으로 개발하고 심의를 거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주관적 평가를 최대한 객관화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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