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의 2016년 11월의 토요일 야간 도심 촛불집회와 시위는 장관이다. 늦가을임에도 날씨가 춥지 않아 주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전달하기 좋다. 하늘도 민심을 알고 있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100만 인파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전 국민은 비폭력 평화시위와 빠른 국정 안정을 기원한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는 실망을 넘어 앞으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각오와 간절함이 스며 있다. 그러한 각오를 다지는 위대한 국민의 준법시위는 명예 그 자체로서 새로운 헌정 역사의 장을 열고 있다. 외국에 있는 동포들은 황당한 뉴스에 놀라고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진행 중인 헌정의 명예혁명은 완성될 것이고, 다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란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지난 19일의 질서 있는 비폭력 시위는 우리 국민의 높은 법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서울과 영호남을 포함한 전국 70여 곳의 시위는 모두 민주 법치국가의 준법 질서 실천으로 평가된다. 특히, 서울의 4차 촛불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에 붙인 ‘꽃 스티커’는 평화집회의 새로운 상징이다. 훗날 민주주의 발전사에서 한 획을 그을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외국이 본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한류로서 평화시위를 정착시켜야 한다.

역사 속의 고비마다 애환과 아쉬움이 묻어 있지만, 이제는 기쁨과 당당함으로 바꿔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난해 11월 14일의 농민 시위의 비극은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폭력시위와 물대포는 물론 어느 쪽의 피해도 더는 발생해선 안 된다. 주권자는 비폭력 준법 시위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최순실 등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범으로 지목되자, 야 3당은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통령의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이유로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 소추가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헌재의 심판이 끝날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이 된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파면되고 민사상 또는 형사상의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다. 국무총리도 대통령과 함께 탄핵되면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탄핵 요건을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라고 정하면서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거기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기각했다.

오는 26일 저녁 촛불집회에서 시위 지도부는 서울에서 200만 명 이상, 지방에서 100만 명 이상 참여하도록 하여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주최 측은 국민이 박 대통령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야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서도 적지 않게 실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탄핵이든 퇴진이든 헌법과 법률 등에 따른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국민도 국회와 헌재의 탄핵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

현행 헌법 아래서 배출된 대통령의 임기마다 예외 없이 발생한 국정 문란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폐단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으로 헌법 개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개헌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주권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보장돼야 하고, 그것은 적법하게, 그리고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