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현주소

신산업 발전 신속한 대응 위해
초기 최소 규제 → 점진적 확대
‘적응규제 도입 필요성’ 제안도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와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노력과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보건·의료 분야의 높은 규제와 기존 영역을 선점하고 있는 직역 단체의 반발로 인해 관련 분야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 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중심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급한 대응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바이오 헬스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바로 원격의료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정보기술(IT)과 의료수준을 갖고 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원격의료 사업은 수년째 시범사업에만 머물러 있다. 이는 동네의원 중심의 의사 단체들이 원격의료를 시행하면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분야의 엄격한 규제도 관련 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보건 산업 기술과 제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식은 ‘허용’이 아니면 모두 ‘금지’ 사항이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정보의 내용이나 취급하는 기관 성격에 따라 위험과 편익이 다양하지만, 규제방식이 이분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최소한의 규제들을 설정하고 필요에 따라 점진적인 규제를 검토하는 개념인 ‘적응 규제(Adaptive regulation)’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미 유럽 등은 적응 규제를 통해 임상 개발 초기에 시판허가를 부여하고 ‘실제 사용(real-life use)’ 단계에서 근거를 수집하면서 규제범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로운 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의료와 비의료 경계영역의 제품과 서비스 등장 등에 대한 제도적 기준 제정도 요구되고 있다. 기존의 의료·약사·의료기기법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경계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관련 기준과 규정이 없어 혼선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첨단 신산업 영역에 대해 새로운 법적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교육개혁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은 결국 ‘사람’이지만,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인재들을 적시에 공급하지 못하는 현재의 경직된 교육체계로는 혁명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 인력을 키워내고, 기존 인력을 새로운 산업 수요에 맞춰 재교육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정부 부처마다 시행되는 신약개발 지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산발적인 투자, 단기적인 계획이 아닌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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