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의 최순실 씨 지원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당시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을 촉구하거나 지지하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당시 신문들이 보도한 관련기사 제목들.
지난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의 최순실 씨 지원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당시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을 촉구하거나 지지하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당시 신문들이 보도한 관련기사 제목들.
-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진실

朴·이재용 면담 작년 7월 24일
국민연금 합병 찬성 결정 10일
민원 의혹, 시간 순서상 안 맞아

“국민연금에 법적 책임 물으면
해외 자본에 ‘먹잇감’ 될 것”


검찰이 경영권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위기에서 지난해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연금에 대해 칼끝을 겨누면서,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이 종언을 고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 자금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했다”는 등 각종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데도 불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파고에 휩쓸리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간판 대기업에 대부분 투자해 놓고 있는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을 흔드는 것은 해외 투기 자본에 ‘먹잇감’이 생겼다고 광고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23일 재계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대통령 독대가 합병 이후에 이뤄진 점에서 시점상 전혀 맞지 않고, 국민연금이 합병으로 수천억 원대 손해를 봤다는 주장 역시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7월 10일이고, 이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 면담이 이뤄진 것은 7월 24∼25일로 그 이후다. 따라서 삼성이 합병 민원을 제출한 대가로 미르재단 등에 지원했다는 주장은 시간 순서가 맞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미 상당 기간 종가 기준으로 합병 주가를 넘어선 바 있다. 최근 거래일 가운데 17일간 기준가격을 초과했다. 예를 들어 주총 합병 가액(15만9294원)과 지난 10월 25일 물산 종가(16만9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은 1229억 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일각에서 국민연금이 “손실을 알고도 합병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도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이 되고, 주가가 내려야 손실이 되는데 이를 미리 알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합병비율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대 0.35였는데 국민연금의 자체 합병비율 산정이 1대 0.46이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하지만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결의 이사회 전 한 달 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강행규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장회사 간 합병비율이 당사자 간 협의로 결정되는 미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합병 반대의견을 냈던 국제의결권기구(ISS)의 자산가치 평가도 오류로 판명이 나고 있다. ISS는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평가가치를 1조5000억 원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11조3142억 원으로, 43.44%의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의 가치는 4조9150억 원이다. ISS 평가 가치의 3배가 넘는다.

오정근 건국대 IT 금융학부 교수는 “지금 상태로 가면 국민연금은 2050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돼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하는 게 지상과제”라며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이 흔들리고 투자 판단에 머뭇거리면 앉아서 고갈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정쟁이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한국의 간판 대기업에 대부분 투자해 놓고 있는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을 흔드는 것은 해외 투기 자본에 ‘먹잇감’이 생겼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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