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제 등 국가적 난제들이 계속 쌓이는데, 국정 표류·공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한꺼번에 사의 표명을 한 것은, 정부 동요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임식을 하려다 주저앉은 황교안 총리, 어정쩡한 김병준 총리 지명자,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내정자의 어색한 동거는 물론 국민안전처 장관의 공석도 길어지고 있다. 정상 기능을 하는 정부 기관은 검찰밖에 없다는 자조가 공직사회에서 나올 정도로 ‘식물정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론 또한 악화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21~22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퇴진을 반대하며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의 표본오차가 95% 신뢰 수준에 ± 3.1%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임기 보장을 원하는 여론이 이론적으로 ‘0’이나 그 밑으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주말 촛불시위에 나타난 민심과 함께 더 이상 박 대통령이 지휘하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미 노동개혁 등은 중단 상태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는 겨우 야당이 물러섰다.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시안이 발표되면 또 한바탕 소동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야 3당은 각각 탄핵안 준비 실무기구를 만들어 탄핵안 마련에 착수했고, 여당 비주류 의원들도 김무성 전 대표의 23일 탄핵 앞장 선언을 필두로 속속 동참하고 있다. 야당은 29일쯤 단일안을 만들 예정이어서 이르면 12월 2일, 늦어도 9일까지 국회 본회의의 표결 절차를 밟는 일정이 가능해 보인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대통령의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고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후임 총리 인선과 거국내각 구성 등 구체적인 정국 수습안도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 자칫 이대로 방치하면 식물정부가 무정부 상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국정 공백을 줄일 국민적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