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럼프와 뉴욕 회동에
“취임전 당선자 쫓아간건 처음”
외교적 결례 등 논란 들끓어

美 ‘TPP 탈퇴 추진’ 뒤통수에
日 우파 “양국 동맹우산 탈피
완전한 자주국방 이뤄야” 시끌


‘트럼프에게 달려간 아베가 옳다’ ‘이번 기회에 미국 종속 탈피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과의 관계 재검토를 주장했던 터라 일본과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 사이에서는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최우선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트럼프에 대한 대응이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조기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에 나선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트럼프 대응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1개월여 앞둔 지난 22일 ‘미 대선 결과 오판’이란 야권의 비판에 직면한 일본 정부는 각의 답변서 의결을 통해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을 예측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확정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트럼프보다는 클린턴의 당선에 베팅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 주류 언론이나 싱크탱크들이 거의 모두 클린턴의 당선을 점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베 정권 입장에서도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 재가동의 발판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나 주일 미군 주둔비 재협상 등을 주장하던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지난 8일 예상외로 트럼프가 당선되고 아베 총리의 행보가 ‘친(親) 트럼프’ 쪽으로 급선회하자 일본에서는 이에 대해 각종 논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당선 확정 직후인 9일 아베 총리는 트럼프에게 축하 전화를 걸고 즉흥으로 17일 뉴욕 회동을 제안, 결국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도 하기 전에 일본의 정부 수반인 아베 총리가 차기 대통령 당선자를 만났다는 것에 대해 외교적 결례라는 첫 논란이 벌어졌다. 일본 외교사에도 2000년 이후 현직 총리가 취임도 하지 않은 미 대통령 당선자를 쫓아가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논란에 대해 일본인들은 일단 아베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2일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의 전화여론조사(1973명 대상, 19~20일 실시) 결과에 아베 총리와 트럼프의 뉴욕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비율이 72%에 달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1%로, 전월의 48%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트럼프 대응에 대한 일본 내 논란은 여전하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를 만나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워 줬음에도 불구,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일본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1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당선 후 첫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고 취임 뒤 100일 동안 추진할 정책 중 하나가 TPP 탈퇴라고 선언했다. 또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미 대선에 앞서 지난 10월 일본을 방문해 주일 미군 주둔비 재협상 주장은 ‘선거용’이라며 일본을 안심시켰지만, 아직 당선 후의 트럼프는 본인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일본 일각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주일 미군 등 미·일 동맹의 우산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주국방을 이루자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미국과 대등한 외교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사회에 대해 연구해 온 시로이 사토시(白井聰) 교토세이카(京都精華)대 교수는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진짜로 미·일 안보체제가 대폭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우파들은 드디어 자주국방밖에 (방법이) 없다고 활기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로이 교수는 일본 우파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그러나 나라를 스스로 지키는 방법은 군사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많은 외국과 다각적으로 우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그런 당연한 상상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사건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한국 정부는 일본같이 트럼프로 인한 또 다른 내부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확고한 트럼프 대응 방향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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