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법’이라는 속칭으로 더 많이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9월 28일)된 지 2개월이 됐다. 공무원이 받은 금품과 금품 제공자가 받은 부당한 이익 간에 직접적 관계, 즉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뇌물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법이다. 그래서 금품과 이익을 주고받은 일이 없어도, 부정한 청탁 자체를 금하고(제5조), 금품 수수 자체를 제한하는(제8조) 것이다. 필요한 조치였다.
이 법 제8조 1항은 공직자가 동일인에게 1회에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2항은 ‘직무와 관련하여’ 일체의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3항 2호에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시행령이 정하는 금액, 즉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까지는 허용하고 있다. 1, 2항을 가르는 직무 관련성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이렇게 중요한 개념에 대해 법률에서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해석에 맡기는 것은 죄형(罪刑)법정주의의 대원칙에 반한다. 법 적용에 대한 질의에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나와 봐야 안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게다가 시행 초기 ‘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 한 잔, 카네이션 한 송이를 주는 것도 안 된다’는 엄격한 해석이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어 모두가 이 법 ‘판례 1호’가 될까봐 몸을 사린다. 이래서는 10년이 가도 이 법의 확대해석과 과잉방어로 인한 내수침체가 계속될 것이다. 농민, 자영업자,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 당장 생계를 위협당하는 이들의 절규에 귀를 막고, ‘판례를 통해서 되고 안 되는 것이 가려질 테니 좀 기다리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 아닌가?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제5조는 인허가, 인사, 입찰, 계약 등 금지의 대상이 되는 부정청탁의 유형 14가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금품 수수를 제한하려는 경우는 이런 직무와 관련된 경우라고 봐야 한다. 이 점을 분명하게 해주지 않으니 부정청탁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직자, 교원, 기자들까지 몸을 사리게 되고 이 법이 원래 의도한 이상으로 경제를 위축시키게 된 것이다. 경제만이 아니다. 학교법인이나 공공기관들이 좋은 이사나 위원을 확보하기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위헌의 논란까지 있었던 교원이나 기자들에 대한 법 적용의 범위는 더 분명하게 해 줘야 한다. 제5조를 보면 교원이 청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10호의 ‘각급 학교의 입학, 성적, 수행평가 등의 업무’밖에 없다. 정부의 위촉으로 그 외의 청탁금지 대상 직무를 수행하게 된 경우에는 그 직무와 관련한 직무 관련성이 추가되겠지만, 일반 교원들은 학생과 학부모 외에는 일단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언론사의 대표와 임직원’의 경우도 문제다. 기자들에 대한 청탁은 대부분 기사를 잘 써 달라거나 불리한 기사를 빼 달라는 것일 터인데, 법 제5조는 이를 규정하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를 부정청탁 금지 대상 직무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차라리 이를 부정청탁 금지의 대상에 추가하든지 해야지, 부정청탁의 대상도 아닌 직무와 관련된다고 제8조 2항을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사료 등에 관한 제10조는 더 문제다.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해서 요청받은 경우’에 강사료 등에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의 영향력으로 요청받은 경우’가 의미하는 바를 감안하면 ‘직무 관련성’도 같은 수준의 잘못된 행위, 즉 강의는 핑계고 금품 수수가 주목적인 경우로 한정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공직자·교수·기자의 강사료를 그냥 제한하면 되지 직무 관련성을 왜 따지는가? 외국에서의 강의 등에 대해서는 ‘지급자의 기준에 따른다’는 것과 비교해 볼 때도 이 과잉 규제는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직무 관련성을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와 관련된 경우로 한정하자는 필자의 제안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해석론으로는 좀 무리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민의 편이라는 정치인이 가득한 정당, 국회가 개정을 추진해 줘야 한다. 개정 방향만 공표해도 이 법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완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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