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박정희 功過 분량 늘어
‘동백림 사건’ 인권침해는 빠져
北 도발·인권문제 자세히 언급
교육부 “대한민국 정통성 강조”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는 경제발전과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관한 ‘공과(功過)’에 대한 서술을 대폭 강화해 좌 편향 지적을 받아온 일부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강조하거나 북한에 비판적인 서술도 늘었지만, 일각에서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성과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친일파 행적을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중학교 역사 1·2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 3종의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면서 “학생들이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특정 정권이나 대통령을 미화하지 않고 공과를 모두 다뤄 균형 있는 역사관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육계는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이념 논쟁이 격렬한 상황에서 이 부총리가 좌우 균형이 잡힌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기존 검정교과서들이 경제발전에 대해 ‘정경 유착’이나 ‘기업 특혜’ 같은 어두운 면을 부각한 것과 달리, 경제 성과도 서술함으로써 균형감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출 주도의 경제 개발 체제(264쪽) △중화학 공업의 육성(267쪽) 등의 부분에서 경제 성장을 충분히 다뤘다. 경제발전을 이끈 기업인으로 유일한·이병철·정주영 등을 등장시키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등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사 집필자인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경제 고도성장 과정에서 기업가의 역할을 조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박정희정부에 대해서는 공과에 관한 서술을 모두 늘렸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6쪽에 걸쳐 일제강점기 외교를 통해 독립운동을 한 인물이라고 쓰면서 대통령 당선 후엔 “독재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도 썼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9쪽을 할애해 경제 고도성장, 새마을운동 전개 등을 설명했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독재했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5·16 군사정변 서술에 ‘헌정 질서를 중단시켰다’는 표현을 빼고, ‘동백림사건’에서 수사 과정의 고문 등 독재정권의 인권 침해 사실이 빠진 점 등은 박정희정부의 독재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또 대한민국 정통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 도발과 인권 문제를 자세히 서술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고교 한국사 286쪽에는 “한국 해군의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었다”며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일부 검정교과서가 도발 주체가 북한임을 불분명하게 표기하거나 아예 천안함 폭침 사건을 기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친일 관련 내용이 줄어든 점은 비판을 받고 있다. 중학교 교과서의 경우 ‘친일파가 친일 반민족 행위에 앞장서다’라는 항목의 본문이 10줄에 불과하고, 실명도 이광수, 노천명, 최린 등 3명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윤치호, 한상룡, 박흥식 등의 이름도 적시했지만, 현행 검정교과서와 달리 ‘친일 세력’으로 거론한 인사들의 구체적 친일 행각을 서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집필진 31명 중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6명의 현대사 집필 교수 중 역사 전공자는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뿐이라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사 집필에는 정통 역사학자 대신 정치·경제·법학 전공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반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역사를 역사학자만의 ‘전유물’로 봐야 하는가”라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환경 속에서 경제전공자나 군사전문가, 외교전문가 등의 시각도 중요하며 이들의 토론을 통해 결과물을 만든다면 오히려 편향적이지 않고, 종합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집필진 모집 당시 집필 거부 운동으로 인해 (모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일부러 특정 집필진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유진·김성훈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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