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측은한 마음을 키우는 ‘자비명상’은 치유 효과가 뛰어나다. 충남 청양 다락골성지 성당의 ‘팔 없는 예수상’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에도 자비를 행한 예수의 가르침을 잘 드러내 준다. 오스트리아 조각가 셉 아우뮬러의 작품.  박경일 기자 parking@
용서와 측은한 마음을 키우는 ‘자비명상’은 치유 효과가 뛰어나다. 충남 청양 다락골성지 성당의 ‘팔 없는 예수상’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에도 자비를 행한 예수의 가르침을 잘 드러내 준다. 오스트리아 조각가 셉 아우뮬러의 작품. 박경일 기자 parking@
11 자비명상과 치유

살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나는 일이 생긴다. 한국사회는 극심한 양극화와 경쟁, 가부장적 차별과 억압이 뒤범벅돼 ‘분노사회’라고 할 만큼 ‘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미국정신과협회는 ‘화병’을 한국인의 독특한 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윤종모 성공회 주교는 “문제는 건강입니다. 화를 너무 억제하다 보면 신경증이나 우울증 등의 심리·정서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분노를 표출만 하면 파괴되는 인간관계 등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억압이든 표출이든 둘 다 좋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윤 주교는 ‘자비명상’을 추천한다.

―의사나 심리전문가는 화를 너무 억제하지 말고 표출하라고 권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조언은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좋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화가 날 때마다 표출하면 화내는 성격으로 굳어집니다.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낼 준비가 돼 있는 성격으로 변합니다. 필요한 것은 분노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화가 날 때마다 분노가 사라지게 한다는 뜻입니다.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자비명상입니다. 자비명상은 불교나 기독교 등 종교인뿐 아니라 마음을 닦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명상입니다. 심리치료사의 눈으로 보면, 자비명상은 마음을 맑고 아름답게 가꾸는 기능으로만 끝나지 않고 강력한 치유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를 해소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화를 억압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 즉 심리적이면서도 동시에 영성적인 차원입니다. 즉, 화가 나는 순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를 듣고서 마음속으로 화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을 습관화하면 우리의 영성은 점점 더 성숙해져서 화를 건설적으로 잘 다룰 수 있게 됩니다. 화를 해소한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 능력은 영성이 맑아지거나 깊어질 때 생깁니다.”

―자비명상이 화를 해소하는 능력을 키워줍니까.

“자비명상의 핵심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세상 만물 중에 불쌍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무서운 맹수나 혐오스러운 동물까지도 그들 입장에서 보면 살아가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불쌍한 존재입니다. 예수는 십자가형을 받을 때 자기의 손과 발에 못을 박은 병사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명령에 따라 죄수의 손에 못을 박고, 학대하고, 조롱하는 병사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벤허’에 보면, 예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심에 충격과 감동을 받는 순간 벤허는 손에 쥐었던 복수의 칼이 스르르 손에서 빠져나가는 걸 느낍니다. 바로 그때 문둥병에 걸려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병에서 낫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용서와 사랑에 의해 깊은 감동을 받을 때 치유가 일어난다는, 치유에 대한 매우 상징적인 이야기입니다.”

―자비를 통해 용서와 치유가 이뤄지는군요.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거나 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처들을 계속 품고 산다면 치유는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슴속 증오로 정신은 황폐해지고 삶의 에너지는 고갈될 뿐입니다. 해답은 용서에 있습니다. 용서는 치유를 가져오고 영성을 한 단계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용서는 쉽지 않습니다. 용서하는 마음을 만드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자비명상입니다.”

―자비명상은 어떻게 하나요.

“자비명상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측은한 마음을 보내는 것(방사·放射)입니다. 화나는 일을 당할 때도 분노를 억압하거나 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화나는 일이 자비심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틈나는 대로 자비명상을 수행하면 음식을 통해 체질이 바뀌듯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자비명상 실습

―이제 침묵 속에서 당신의 호흡을 지켜 보십시오. 먼저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를 꼭 껴안습니다.

―포옹은 강력한 치유의 힘이 있는 신체 접촉(skinship)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포옹하고서 그에게 반복해서 말해 봅니다. “나는 당신의 온 존재를 사랑합니다.”

―이제 그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고통은 무엇이며 소망은 무엇입니까.”

―상상 속에서 그의 대답을 들은 후 다시 말합니다. “나는 당신이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번민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기를 빕니다. 그리고 소망을 이뤄 행복하기를 빕니다. 진실로 행복하기를…, 행복하기를….”

―이제 당신이 아는 사람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자비의 마음을 베풀어 봅니다. 다음에는 당신이 모르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자비의 마음을 베풀어 봅니다. 이제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식물에도, 심지어는 지구 너머 우주 반대편에 있는 생명체에게도 자비의 마음을 보내 봅니다. 당신 존재의 중심으로부터 자비심이 퍼져 마침내 당신의 온 존재를 채우게 하십시오.

―그런 후에 당신이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그에게 측은한 마음이 일어나면,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해봅니다. 만약 거부감이 생기면, 무리하게 행하지 말고 다음으로 미루십시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