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억…전체 추징액의 68%
본·지사간 이전가격조작 빈번

“다국적기업 세원잠식 파악
탈세 방지 방안 모색할 것”


다국적 기업인 A사는 스포츠 의류를 수입·판매하면서 본·지사, 협력사 간의 복잡한 거래를 악용해 1100억 원의 신고액을 누락, 관세 등을 탈루했다가 360억 원을 추징당했다. B사는 수입신고 때 370억 원을 과세가격에 포함해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빠뜨려 80억 원을 탈루했다.

애플, 구글 등 거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논란이 각국에서 불거진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관세 탈루 행위에 대한 추징 비율이 사상 최대치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을 포함한 세금 회피 부과 건 중 점유 비중이 지속해서 치솟는 것은 탈세 시도가 줄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이러한 국부(國富) 유출 행위가 세원(稅源)을 잠식한다는 판단에 따라 ‘소득이전을 위한 세원 잠식(BEPS)’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다국적기업의 탈세 시도를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간의 관세 탈루 적발 기업은 343개, 추징액은 276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다국적 기업은 106개, 1891억 원으로 각각 전체의 31%, 68%를 차지했다. 금액 비중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높다. 이종욱 관세청 기획재정담당관은 “2012년부터 다국적기업 추징액은 1조1548억 원으로, 올 연말에 추징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관세율은 내림세여서 전반적인 탈세 규모는 줄어드는데, 다국적기업은 어떻게든 세금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여전한 것으로 판단, 조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의 탈세는 주로 본사와 해외 지사 간의 제품·용역 등에 적용되는 이전가격(移轉價格·다국적기업의 자회사와 모기업 간의 수출입 가격)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국내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매출, 이익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세원을 좀 먹는다.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글코리아는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탈세를 하지 않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국내 세법에 따라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2조 원 가까운 연 매출을 올린 애플코리아에 대해서도 조세 회피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 탈세 방지는 각국 관세 및 내국세 당국의 공통 관심 사안”이라며 “BEPS를 토대로 다국적 기업의 전반적인 세원 잠식규모와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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