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면 ‘野 책임론’ 커질 듯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이 법정 기한(12월 2일)을 넘기면 수권정당(受權政黨)을 추구하는 야당의 자질이 크게 의심받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야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국제 조류와는 정반대인 법인세율 인상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야당 책임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국회와 경제단체 등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 능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앞으로 국정, 특히 경제와 민생 관련 정책에 대한 책임을 거야(巨野)가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법정 기한을 사실상 지켜온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추락하는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경우 일차적인 비난의 대상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현재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무려 20%포인트나 내리겠다고 밝히고 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최근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한 상황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국제경쟁 조세’인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야당이 다수의 힘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유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달을 경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경제부총리 임명에 대한 ‘키(열쇠)’도 야당이 쥐고 있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경제 사령탑이 공석(空席)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여야가 당면 과제인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법정 기일 내에 통과시킨다면 국제사회에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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