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금융시장 충격 우려
오는 4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개헌안 부결 시 마테오 렌치(사진) 총리 사임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함께 이탈리아 은행이 도산위기에 몰리면서 유럽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조기 총선으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집권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무너질 가능성도 나온다.
30일 텔레그래프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개헌안이 4일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서 이탈리아는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 역사상 4번째 장수 총리다. 하지만 렌치 총리는 이번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11월 18일 여론조사에서 개헌안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5∼11%포인트 앞섰다.
개헌안은 상원 의석수 감축(315석→100석), 상원 입법 권한 제한,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 개헌안이 부결되면 렌치 총리 사임으로 당초 2018년으로 예정됐던 이탈리아 총선 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 경우 집권 민주당과 제1야당인 오성운동 간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면서 이탈리아 정국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유로존 3위 경제 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의 정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접어들면 이탈리아 은행들이 대거 도산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대출액은 3600억 유로(악 449조 원)에 달한다. 이러한 부실대출액은 전체 대출액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증자안과 부실 채권 정리안을 마련 중이지만 개헌안 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진행이 어려워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헌안 부결 시 최대 8개 이탈리아 은행이 도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은행 도산 시 부실 대출 문제를 안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도 흔들리면서 유럽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조기 총선에서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오성운동이 집권하면 유로 문제가 부각되면서 유로존은 물론 유럽연합(EU) 붕괴에 대한 우려를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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