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수가 크램프와 비밀 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어.”

서동수를 숙소인 도쿄호텔까지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아베가 다케시마에게 말했다. 얼굴이 굳어 있다.

“크램프와 서동수 둘만 아는 비밀로 말이야. 아니, 측근들은 알겠지.”

이번 아베의 서동수 초청도 한·미 간의 밀월 분위기에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이다. 아베가 불쑥 다케시마에게 물었다.

“다케시마 씨, 당신 생각은 어떤 합의일 것 같나? 만일 했다면 말이야.”

“그것은.”

어깨를 편 다케시마가 아베를 보았다.

“워싱턴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미·한 동맹의 확인일 것 같습니다, 각하.”

“그거야 언론에도 계속 보도되는 일 아닌가?”

“제3제국 설이 떠돌고 있습니다.”

“나도 들었어.”

의자에 등을 붙인 아베가 얼굴을 찌푸렸다. 워싱턴뿐만 아니라 동남아, 유럽에도 떠도는 소문이다. 그건 대한민국이 제3제국을 표방하고 미·중 양강 체제에서 제3세력으로 부상한다는 내용이다. 그 제3제국의 후원자로 러시아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곧 러시아가 대한민국을 내세워 제3제국을 도모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아베가 혼잣소리로 말했다.

“서동수가 만만치는 않은 놈이지. 하지만 이것이 시작이야.”

“각하, 말씀드렸지만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단합하지 못하는 민족입니다. 단 한 번도 내부 분란이 없었던 적이 없지 않습니까?”

다케시마가 열기 띤 얼굴로 아베를 보았다. 다케시마는 극우 보수 성향으로 아베와 뜻이 맞는다. 역사학에 일가견이 있어 의원들의 ‘역사모임’ 회장이기도 하다. 다케시마가 말을 이었다.

“두고 보십시오. 벌써부터 서동수의 견제세력이 뭉치기 시작했고 북한으로 들어가려고 온갖 편법과 뇌물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

“수천 년 동안 내부 분열과 부패로 한 번도 한반도 밖으로 뻗어 나가지 못했던 한민족입니다. 이번에 운 좋게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한랜드가 한반도와 이어졌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이 주도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과대평가하시는 겁니다.”

“다케시마 씨, 당신 말을 들으면 내가 조금 위로가 돼.”

길게 숨을 뱉은 아베가 다케시마를 보았다.

“당신도 들었지? 서동수가 불쑥 대마도 반환 이야기를 꺼내는 것 말이야.”

“예, 예의라고는 쥐뿔도 없는 천박한 놈이지요. 무시하셔도 됩니다.”

“어쨌든 이번에 일·한 동맹 이야기로 서동수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 돼.”

“예, 제의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다케시마의 긴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국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가?”

“예, 한국 책에서 읽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침을 많이 뱉어.”

차 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이번 서동수의 초청은 일·한 관계를 증진시키겠다는 의사를 세계에 보이려는 의도다. 그래서 거부당하더라도 일본이 한국에 동맹을 제의하려는 것이다. 일본이 평화를 바란다는 의도를 세상에 알려 놓고 시작한다. 그때 아베가 다시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참 나, 한국이 이렇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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