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은 부정청탁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공무원은 부정청탁을 신고할 의무를 따를 수밖에 없다.”(10월 10일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예산 심사를 앞두고 국회는 쪽지예산이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예산당국인 기재부는 쪽지예산을 부정청탁으로 신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막상 확정된 내년도 예산을 들여다보니 청탁금지법 시행과 국회·정부 약속이 무색할 만큼 쪽지예산 성격이 짙은 민원·청탁성 예산이 올해도 어김없이 대거 포함됐다.(문화일보 12월 2일자 2면 참조)
의원들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사업이라며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4000건이 넘고 액수로는 내년 예산의 10분의 1인 40조 원에 달했다. 2013∼2015년 증액 요청 사업이 15조∼20조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요구 가운데 일부는 실제 증액으로 이어져 여야를 막론하고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정현 대표는 18억 원 증액에 성공했고,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최경환 의원의 경우 지역구를 지나는 복선전철 사업에 110억 원이 더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지역구의 호남고속철 공사 예산은 정부 원안보다 8배가 많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청탁금지법 첫 시행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쪽지예산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이어진 대통령 탄핵 추진 움직임 속 감시망이 소홀해진 데다 이른바 ‘최순실 예산’과 청와대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됐고 삭감분이 지역구로 흘러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힘 빠진 정부의 묵인도 한몫했다. 공식적으로는 청탁금지법으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놨지만, 막상 실제 신고 건수는 ‘0’건 이었다. 국회 힘에 눌려 정부가 ‘백기 투항’하는 사이 국회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밀실에서 쪽지예산 파티를 벌인 셈이다.
박수진 경제산업부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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