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 퇴진’ 전문가 입장
“정치적으로도 野에 득 없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에도 야권 등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주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조기 퇴진에 대한 국민의 강한 요구와 대선 등을 겨냥해 박 대통령과 여권을 압박할 필요성이 있는 정치세력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에는 더 이상 정치권이 박 대통령 거취에 매달려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탄핵의 법적 취지를 따져보거나 정치공학적 계산을 해도 야당에도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치권이 탄핵소추라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박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하기로 한 이상 추가적인 경로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5일 야권은 오히려 압도적인 탄핵안 가결에 매진하고, 탄핵안 가결 후 국정 공백 최소화와 차기 대통령 선거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선(先) 탄핵안 가결, 후(後) 퇴진 압박’ 주장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장기화될 경우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이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 카드까지 검토했던 정치권이 탄핵으로 치달은 이유가 박 대통령의 퇴진 거부 때문인 만큼 박 대통령이 조건 없이 물러난다면 굳이 탄핵 절차를 끝까지 밀고 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박 대통령의 헌정 유린을 비판하고 있는 촛불 민심과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탄핵소추 제도의 근본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 134조2항은 ‘소추 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임면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이를 이유로 박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후 사퇴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특히 “헌재의 탄핵심판이 몇 개월 동안 진행된 다음에 박 대통령이 퇴진하면 탄핵심판제 자체가 우스워지고, 이는 헌재에 심각한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와 관련해서도 자발적 퇴진과 탄핵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중도 퇴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장 교수는 “탄핵으로 물러나면 전직 대통령 예우를 거의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도 박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후 퇴진이 가능할지를 두고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탄핵안 가결 후 퇴진을 위해선 국회가 다시 한 번 탄핵안을 철회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탄핵안 가결 후 정치권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남석·민병기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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