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간에 지난 2일 이뤄진 10분 통화가 세계 외교가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혹은 대통령 당선자가 대만 정상과 직접 통화한 것은 1979년 미·대만 외교 단절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대외 관계 틀인 ‘하나의 중국’이란 금기를 깬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차이 총통을 ‘대만 지역 지도자(leader of the Taiwan)’가 아닌 ‘대만 총통(the President of Taiwan)’이라고 호칭해 중국이 발끈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바로 그날 “대만 측이 일으킨 ‘장난질’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돼 있는 ‘하나의 중국’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는 4일 “중국은 미국 기업을 어렵게 만들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거나 우리 제품에 과도한 세금을 매길 때, 남중국해 한가운데에 군사시설을 만들 때 미국에 물어봤느냐”고 받아쳤다.
이는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행보였다. 협상 끝에 사전 약속된 통화였으며, 미·중 관계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면 노림수는 무엇인가. 우선, 중국 압박용 협상 지렛대로 대만을 활용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상대방이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압박한 뒤, 진짜 목표를 달성하곤 했던 것이 ‘사업가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대중(對中) 전략 변화의 신호탄이란 해석도 있다. 트럼프 진영의 안보·외교 전문가들이 대중국 강성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통화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경우, 미국재대협회(美國在臺協會·American Institute in Taiwan)를 공식 외교단으로 격상시키고,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공식 허용하고, 궁극적으론 미·대만 외교 관계를 완전 복원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당장 미·중 관계가 전면적 대결로 가진 않는다 하더라도, 냉랭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최소한 미·중 통상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미·중 관계 냉각 조짐이 보이자, 한국에선 북핵 제재 전선에 균열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북 제재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 대결 구도가 본격화한다면, 이는 단순히 대북 제재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다는 한국의 외교 전략의 기본 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은 최근 노골적 대미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채택된 유엔 대북 제재 제2321호에 대해서도 비교적 조용히 반응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주먹을 의식하면서, 미·중 대결 구도에 희망을 걸고 있으며, 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져 대북 유화정책으로 회귀할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최근 군 관련 행보를 통해 대남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포사격을 보면서 “남조선 것들 쓸어버려야”라고, 전투비행술 참관 시에는 “남진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진격의 대통로를 열어주라”고 지시했다. 시간이 한국 편이라던 낙관론이 공허하게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sj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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