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유로 자본확충 계획 흔들
이르면 9일 예산안 처리 예정
렌치 총리, 통과 후 사퇴키로
이탈리아 정부가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 이후 예산안 처리 때까지 마테오 렌치 총리 사퇴를 연기하는 등 정국 수습에 들어갔지만 야당이 즉각 총선을 거듭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산에 이탈리아 은행의 자구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이탈리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탈리아 불똥이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5일 AP와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로마 대통령궁으로 찾아와 사퇴 의사를 밝힌 렌치 총리에게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총리직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렌치 총리는 대통령의 권고를 받아들여 예산안 국회 통과 후 사퇴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내년 예산안은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 승인만 남겨둔 상태여서 이르면 9일 늦어도 다음 주초에 통과될 예정이다.
FT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예산안 처리 이후 차기 총리를 지명해 조기 총선에 대비한 과도 정부를 구성하는 정국 수습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카를로 피에르 파도안 재무장관,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의장 등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내각 책임제인 이탈리아는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한 뒤 의회 승인을 거쳐 공식 임명된다.
하지만 제1야당인 포퓰리즘 성향의 오성운동에 이어 제3야당인 극우정당 북부리그가 잇따라 과도정부 구성에 반대하면서 즉각적인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정국 불안은 여전하다. 마테오 살비니 북부연맹 대표는 “진정한 변화는 선거를 통해서만 이뤄진다”며 “가능한 한 빨리 총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혼란에 부실 채권 문제가 심각한 이탈리아 은행을 둘러싼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이탈리아 금융위기의 핵인 몬테 데이 파스키 은행 등 이탈리아 은행 주가는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 소식에 급락했다.
몬테 데이 파스키 은행은 이번 개헌안 부결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50억 유로(약 6조3000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이 위기에 놓이게 됐다. 몬테 데이 파스키 은행은 이번 주 카타르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받기로 한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본확충 계획 자체가 벼랑 끝에 몰렸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탈리아 포퓰리즘 바람과 금융위기가 유럽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힘을 모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렌치 총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서글프다”면서도 “유럽은 전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인 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도 “이번 일이 경제적으로 이탈리아나 이탈리아 은행의 상황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비상 계획을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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