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수꽃게’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알이 가득한 암꽃게가, 가을에는 살이 오른 수꽃게가 맛이 좋다는 의미다. 그럼 겨울에는 과연 어떤 꽃게가 맛이 좋을까.
보통 6월의 암꽃게가 알이 가득 차 가장 맛있다고들 하는데, 알이 아닌 살을 먹으려면 가을보다 겨울 꽃게가 더 좋다. 이때는 암수 모두 월동을 위해 몸속에 살을 많이 채워 둔다. 다만 겨울 꽃게가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월동을 위해 심해로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다.
겨울 꽃게는 많이 잡히지 않고 추운 날씨에 산꽃게가 절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크게 매력이 없다. 산꽃게는 주로 11월 말까지 거래된다. 그 후엔 봄까지 냉동꽃게가 유통되는데, 요즘은 잡은 즉시 어선에서 급랭하는 등 냉동기술 및 유통망이 발달해 냉동꽃게도 맛이 괜찮은 편이다.
꽃게는 경기, 강원, 전라 등 우리나라 서해안 및 남해, 동해안에서 두루 잡힌다. 서울에 사는 나는 봄가을 꽃게철이면 비교적 가까운 소래포구에 틈틈이 찾아간다. 가깝게 지내는 고향 누님이 그곳에서 ‘서해호’를 운항하며 꽃게잡이를 하고 있다. 지난가을에도 누님을 만나 여러 음식을 맛보고 이런저런 바다 이야기를 들으며 요리에 대한 영감을 얻고 왔다.
그때 맛봤던 음식 중에 조금 유별난 꽃게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한눈에 확 달라 보이는, 간장 양념도 고춧가루 양념도 보이지 않는 꽃게 빛깔 그대로의 꽃게장은 새우젓으로 담근 것이었다. 옛날 뱃사람들이 먹던 방식이라고 한다. 꽃게잡이 어선에 꽃게가 가득한데 간장 달일 시간도 없이 바쁘니 꽃게 딱지를 열어 내장 쪽에 새우젓을 넣고 숙성해 먹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새우젓도 없을 때 담가 먹는다는 소금 꽃게장도 맛을 보여줬다. 간장이나 다른 양념의 향이 없으니 꽃게살 그대로의 맛이 깔끔하게 느껴졌다. 소금 꽃게장보다 새우젓 꽃게장이 월등히 맛있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요즘 도시 사람들이 좋아할 감칠맛은 부족해 조금 아쉬웠다.
꽃게를 이용한 음식은 참 많다. 살이 꽉 찬 신선한 산꽃게는 아무런 양념 없이 찜통에 쪄내기만 해도 맛이 훌륭하다. 그다음은 채소를 썰어 넣고 탕을 끓이거나 간장이나 고춧가루 양념으로 게장을 담가 먹는 게 일반적이다. 고급스러운 꽃게 요리로는 꽃게감정이 있다. 꽃게감정은 꽃게 살만 바른 것에 소고기, 버섯, 두부 등을 함께 넣어 만든 소를 게딱지에 채워 넣어 끓여내는 궁중음식이다.
꽃게는 맛과 영양이 우수하지만 점잖은 자리에서 먹기에 좋은 식재료는 아니다. 살을 잘 발라 먹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에게 먹이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꽃게감정처럼 손이 제법 가지만 그보다는 수월하고, 특히 아이들과 노인 영양식으로 좋은 꽃게알찜을 소개한다.
만드는 과정이 좀 번거롭지만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점잖은 자리 손님상에 내어도 좋다. 부드러운 푸딩 같은 질감에 묵직한 꽃게 맛이 일품이다. 식전 음식으로 꽃게알찜만 먹어도 좋고, 밥에 비벼 먹으면 간장게장과는 또 다른 밥도둑으로 열 반찬이 안 부럽다. 부드러워 소화가 잘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계란 2개, 꽃게 1마리, 소금 1/4작은술, 대파1/4개, 다시마 1조각, 실파 1줄기, 물
만드는 법
1 꽃게는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 닦아 깨끗하게 손질한다. 등딱지 속의 모래주머니, 배 쪽에 붙은 내장을 제거한 뒤 몸통은 4등분하고 다리도 떼어 놓는다.
2 손질한 1의 꽃게는 살을 발라 준다. 도마에 꽃게를 놓고 밀대로 밀어 살만 분리한다.
3 2의 살을 발라내고 남은 껍데기는 냄비에 담고, 다시마 1조각, 대파, 물 5컵을 넣고 불에 올려 끓어오르면 중약불에서 10여 분 끓인 다음 체에 걸러 식힌다.
4 3의 육수 1컵에 계란 2개를 풀고 소금을 넣어 섞은 다음 체에 한 번 거른다.
5 4의 계란물에 2의 게살을 넣고 김이 나는 찜솥에서 8분간 찐다.
6 상에 내기 전 실파를 송송 썰어서 올린다.(겨울철이라 실파 대신 유자를 채 썰어 올려도 좋다)
조리 Tip
1 계란물을 간할 때 소금 대신 새우젓을 다져 넣어도 좋다.
2 찜솥 대신 뚝배기를 직접 불에 올려 꽃게알찜을 하면 구수한 불맛이 나서 더 맛있다.
3 버섯을 잘게 다져 넣어도 좋다.
4 남은 꽃게 육수는 밥을 지을 때 버섯, 채소 등을 다져 넣고 밥물로 잡으면 감칠맛 나는 꽃게밥을 완성할 수 있다.
5 고명은 실파 대신 유자 껍질을 채 썰어 살짝 올려도 향긋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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