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문회의 주 타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한테 국민이 보낸 문자가 왔다. 이 부회장보다 경영 능력이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조롱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막 의욕적으로 국내 대표기업 삼성그룹을 이끌어 가려는 이 부회장에겐 ‘독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저보다 우수한 분이 있으면 다 넘기겠다”고 답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한술 더 떠 “오늘 대답하시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라고 했다.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일종의 힐난이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인격 모독적인 발언이었다.
이번 청문회는 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따지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을 거론하거나, “며느리의 국적이 어디냐”고 가족관계를 묻기도 했다.
청문회에 나온 대기업 회장들은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범죄자 몰아붙이듯이 하는 청문회를 본 해외 경쟁 기업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이들과 수시로 만나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만들어 가는 해외 정계, 재계 인사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치인들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신뢰할 수 없는 집단 1위’로 꼽힌다. 그런 인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 리더들에게 막말과 호통을 퍼붓는 장면은 애초부터 사실 규명보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대국민 쇼’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은 전쟁보다 치열한 비즈니스의 연속이다. 막말과 호통, 엉뚱한 질문으로 품격을 잃은 청문회는 해외에서 조롱당하고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와 국내 경기 침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인 망신주기 청문회의 폐해는 더 심각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유회경 경제산업부 기자 yo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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