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해 교사가 지난 7월 대전 유성구 봉명중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지도하고 있다.   정기해 교사 제공
정기해 교사가 지난 7월 대전 유성구 봉명중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지도하고 있다. 정기해 교사 제공
대전 봉명중 정기해 교사

“그림을 그리면서 내성적인 아이가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자기표현도 곧잘 하는 것을 보면서 미술 교사가 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정기해(61) 대전 봉명중 교사는 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술 교사로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미술이 학생들의 성격을 바꿔놓는다고 믿는다. 정 교사는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며 “훈육과 체벌보다 미술이 문제 학생의 선도에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사는 이 같은 믿음으로 ‘학생 흡연금지 부채 만들기’ ‘친구 사랑 그림 그리기’ 등 색다른 미술수업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친구의 얼굴을 그리면서 친구에 대한 미움을 지우고, 흡연부채를 만들면서 금연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래명함 만들기’라는 주제로 수업하면서 학생들의 진로지도를 하는 색다른 수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정 교사는 미술 교사로서 학생들의 미술 재능을 발굴하는 일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 1979년 교직에 들어선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미술 실기대회에 참가해 교육감상 등을 수십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내후년 정년을 앞둔 노(老) 교사지만, 그는 여전히 학생들을 직접 데리고 대회에 참가한다.

정 교사는 “미술에 소질이 있는 제자들을 발굴해 열심히 연습시킨 뒤 대회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미술 실기대회 참여를 위해서는 적어도 대회 2주 전부터는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연간 미술 실기대회가 4∼5회씩 있는 것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그는 “정규수업과 실기지도를 병행하는 일이 때로는 벅차기도 하지만, ‘일취월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순간에 피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미술적 재능이 있어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개인 시간을 쪼개 지도하는 일도 많다. 정 교사는 “그림에 대한 집중력과 흥미가 있는 아이가 경제적 형편 때문에 꿈을 꺾는 것을 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나가서 같은 분야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 작품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교직 생활 동안 200회가 넘는 그룹전과 개인전을 열었다. 연말을 맞아 대전교육청 내 대전교육미술관 1층 갤러리에서 작품 20점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스승인 내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작품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재직 중인 봉명중에도 곳곳에 정 교사의 그림이 걸려 있다. 정 교사 개인 작품부터 학생들과의 합동 작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학교 유리창이나 동료 교사들이 사용하는 찻잔에까지 그림을 그려 넣었다”며 “생활 속의 미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한 나의 작은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미술 교육이 학생들을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과 즐겁게 웃으며 그림을 그리는 교사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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